머리 검은 고양이를 거둬야 하는 이유
한 마리 고양이가 있다. 근데 한 인간의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고양이. 어릴 적 주인공 사쿠에게 구조된 고양이 유키치가 사쿠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회사에서는 완벽한 일처리를 보여주는 유능한 직원이지만, 집에서는 달걀 하나 제대로 깨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인 사쿠. 이 인간이 회사에서 제구실해야 자신의 사료 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키치는, 사쿠가 출근한 후 혼자서 집 안 청소와 요리 공부를 하며 번듯한 집사로 성장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고양이의 특성에 공감할 수 있었다. 물을 싫어하고 깔끔하며, 기분 좋을 때 내는 그르릉 소리, 잘 때 크루아상 모양으로 자는 모습 등등…. 그러나 분명 고양이인데 사람을 챙긴다. 이는 극 중 설정으로 꽤 비현실적이게 보이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고양이는 사람을 챙겨준다. 강아지처럼 친화적이지 않지만, 멀리서 지켜보다가, 사람이 잠들고 나서야 옆으로 와서 잠드는 무심한 관심. 평상시에는 절대 곁을 내주지는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힘들고 지친 날에는 기꺼이 털을 쓰다듬게 해준다. 이런 고양이만의 매력이 애니메이션적으로 허용하여 만든 것이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이다.
흉흉한 뉴스를 보고 걱정되어 퇴근길에 마중을 나오고, 저 멀리 출장을 가서 그리워하면 전화를 받아 주고, 좋아하는 메뉴로 밥을 차려 주고, ‘나 아니면 어떻게 살아가니?’라고 말하지만 ‘사실 너 없으면 나도 살지 못했어’로 답하는 애정을 보이는 고양이 유키치. 나도 한 마리 있었으면 더 꽉 찬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꼭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따듯한 밥과 무심한 듯 다정한 관심으로 챙겨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 어떤 지친 하루라도 가볍게 보내어 다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며 잠시라도 유키치의 다정함에 위로받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