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하면 초라한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그대로 우리 식구니까
영화 <고령화 가족> 2013 1h 52m 송해성
이 영화가 개봉한 2013년과 2025년 현재의 ‘가족’ 개념은 불과 12년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괴리감이 있다. 정의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나 이러한 간극에서도 내가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시대에 부재하는 가족의 결속력. 혹은 가족이란 개념에서 벗어나서 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초라하면 초라한대로 찌질하면 찌질한대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있다. 어머니는 친어머니가 아니며,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며, 이혼 가정, 양아치, 무직 백수로 구성된 가족. 이 콩가루 집안이 그럼에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매일 밥상에 오르는 어머니(윤여정)가 구워준 삼겹살,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맘에 들지 않던 식구들이 밖에서 무시 당할 때 ‘남의 집 귀한 애를..!’ 하며 맞서 싸워주는 가족, 실종된 조카를 찾기 위해서 도박장 사장 대신 감옥에도 들어가려는 희생,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번듯한 성과 하나 없는 둘째가 오랜만에 집에 들어오자 먹고 있던 닭죽 위에 김치를 올려주는 정.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이 집안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있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아무리 못 나도 내 식구” 라고 할 수 있겠다. 식구니까 이해해야지.. 라는 강압적이고 무책임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식구니까 남의 집 자식들보다 귀한 건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이 지점에서 <고령화 가족>의 이 집안이 참 부러웠다. 밖에서 이리 저리 치이고 상처 받은 채로 집에 돌아 왔을 때, 내 밥그릇에 반찬 하나 올려주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설사 내 잘못으로 인해 힘들어 하더라도,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남의 집 자식이 아니라 내 식구가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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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조연의 연기력은 흠 잡을 곳이 없었으며, 그렇기에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가족의 표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 현 시대상에 맞춰 리메이크작이 나오면 흥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