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보>

기꺼이 예술을 택한 자, 그 곁엔 무엇이 남았나

by 시절 영화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3시간 좀 안 되는 부담스러운 러닝 타임은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충분히 타당한 시간임을 알게 된다. ‘가부키’라는 소재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결국 소재는 소재일 뿐. 이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삶과 예술의 관계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느낄 수 있다. 낯섦에서 오는 거부감을 보편적 경험이라는 수단을 통해 풀어낸 점 또한 대단하다.



이동진 평론가와의 <국보> 토크 영상에서 언급했듯이, 감독은 ‘하나의 무대,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한 감각’을 주고자 했다고 한다. 정말이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한 편의 무대를 본 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오로지 예술에 의해서, 예술을 위해서 살아가는 키쿠오의 인생이 처절하지만 동시에 아름답다는 생각도 따라온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단순히 외면적인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예술 이외의 것들을 포기한 채, 끝까지 예술만을 붙잡았던 그의 지난날에 대한 숭고함이 더 알맞은 표현인 것 같다.



야쿠자 집안의 혈통 ‘키쿠오’와 가부키 집안의 혈통 ‘슌스케’. 양극단의 운명을 짊어져야 했던 두 인물은 ‘가부키’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이 가부키라는 예술을 극단으로 행하는 과정에서 키쿠오의 재능과 슌스케의 혈통은 지속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서로 다른 둘은 각자 다른 선택을 내리며 인생이라는 무대를 마무리한다.



키쿠오와 슌스케, 그리고 가부키 배우들 각각의 욕망을 따라가며, 그들이 도대체 무엇에 도달하고자 하는지 생각하며 감상하면 좋은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꼭 예술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서 비롯된 나의 욕망과 그것이 이끈 선택들을 반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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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본 후에 이상일 감독과 이동진 평론가의 <국보> 대담 영상을 찾아 보면, 이 영화를 더욱 깊게 받아 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