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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리얼 Sireal Jan 15. 2023

일 끝날 때까지 집에 안보내드립니다

포텐(Post-ten) 프로젝트 후기

프로젝트 배경

어느 날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술친구들이 모여 있는 방에서 이런 생산적인 얘기가 나오다니. 기사 하나를 읽어봤더니 일본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손님이 지정한 할 일을 완료할 때까지 나갈 수 없는 카페의 이야기였다. 재밌었다. 안 그래도 1인 기업으로 살아가며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이 뒤로 미뤄지는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함께 아이데이션을 시작했다. PC방이나 스터디카페처럼 시간당 금액으로 계산해 보자.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살 순 없으니 엑셀시트에다가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 KPI 달성 안 했는데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문 앞에서 케르베로스처럼 서있자 등등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결국 아이디어를 제시한 술친구가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했고, 나도 함께했다.



2022년 12월, 같이 F&B, 공간, 시스템, 운영진, 마케팅 등에 대해 아이데이션을 시작했고, 파일럿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작성해 내려 갔다. 나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줄 글처럼만 썼지 위 그림처럼 화이트보드에 뻗어가는 아이데이션을 못해서 중요한 키워드로 아이디어를 써 내려가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다.

그렇게 아이데이션을 끝내고 어느 정도 진행을 해볼 만한 뼈대가 잡히자 공간을 구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자~하며 미팅이 끝났다.


그러다 갑자기 일주일 뒤에 섭외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 줄 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렇게 빨리 된다고? 바로 공간이 나온다고? 에이 이렇게 뭐 바로 시작하려나 하는데 공간, F&B는 이미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성 시스템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갑자기 생각나는 분이 계셔서 연락을 드렸다. (가제) 생산성 카페를 진행하려 하는데 혹시 같이 해보실래요?라고. 아이디어를 들어보시더니 흔쾌히 같이하겠다고 하셔서 결국 이렇게 6명의 멤버(하미플 팀 3명)가 모였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

어느 정도 아이데이션이 진행되어 있어서 컨셉과 기획 방향을 설명하기에 편리했다. 하이드 미 플리즈라는 카페의 사장님(카페 사장님을 빙자한 웹3 커뮤니티 빌더)들과 함께 하는 거라 공간과 F&B는 이미 완료되어 있었다. 생산성 전문가이신 Dave의 아이디어로 우리는 뽀모도로와 포스트잇을 통한 생산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킥오프 미팅을 하고 난 뒤 큰 방향과 아이디어가 정해지자 업무 속도는 일사천리였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필요할 것 같은 업무들을 모두 노션 페이지에 입력했다.

각자 필요한 할 일들을 지정했고, 본인이 등록한 업무는 스스로 할 수 있었지만 프로젝트 매니저가 없으니 업무가 지지부진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중 프로젝트 매니저(Danny)를 지정하고, 매니저는 각 담당자에게 어떤 일을 본인이 할 것인지 스스로 Assign을 하고,  마감일까지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각 담당자들은 자기가 할 일과 마감일을 지정했고, 프로젝트 매니저는 해당 마감일까지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복잡한 프로젝트는 아니라서 프로젝트 문서와 진행 상황은 노션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톡으로 진행했다.


<프로젝트에 사용한 도구 목록>

- 노션 : 프로젝트 진행 상황 관리, 프로젝트 문서

- 카카오톡 : 커뮤니케이션

- Tally.so : 참가자 모집 설문폼, 참가자 피드백 설문폼

- oopy : 참가자 모집 페이지

- Zoom : 화상회의

- YouTube : BGM

- *Daesung : 입금 알림 봇

*사람이름


나는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할 때에는 행사일과 장소를 먼저 정하고 그 일정에 맞게 홍보, 모집의 일정을 정한다. 이번에도 행사일이 2023년 1월 13일(금), 1월 14일(토)로 정해지니 홍보와 모집은 2주 정도, 홍보 시작은 1월 3일부터 이런 식으로 일정들이 쉽게 설정되었다.


온라인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참가자 모집 페이지와 신청 설문 페이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노션과 쉽게 연동할 수 있게 참가자 신청 페이지는 Tally.so로 만들었다. 무료 서비스이고, 노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이 쉽게 되기 때문에 요즘 설문폼으로 자주 이용하고 있다. 참가자 모집 페이지는 노션과 OOPY를 연동해서 가볍게 만들었다. 이미 나는 oopy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URL만 연결하면 되었다.


참가자 모집까지 모든 준비가 끝났고, 참가자 모집 페이지를 오픈하자 신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장소가 서울 중심부에서 조금 거리가 있었고, 밤을 새워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조금 있을 것 같았는데 신청해 주신 분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우리의 기획의도에 맞는 사람들을 선별했다.




프로젝트 진행

우리는 일본의 카페와 다르게 최대한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카페는 자신이 할 일을 설정하고 카페에 앉아서 할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카페를 나갈 수 있었지만 우리는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었다. 반드시 8 Pomo(약 4시간)를 모두 완료해야 주어지는 혜택(참여 NFT, 루티너리 3개월 이용권)이 있고, 대중교통도 끊어진 시간(23:00-05:40)에 진행해서 말 그대로 가두었다. (프로젝트를 끝나고 피드백을 진행해 보니 밤샘이 좋은 효과였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미 공간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자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콘센트를 준비하고, 화이트보드와 포스트잇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장 왼쪽엔 이름과 자기를 나타내는 해시태그를, TODO에는 오늘 해야 할 8 Pomo를 포스트잇으로 붙여 넣게 하였다. 각 Pomo가 끝날 때마다 5분의 쉬는 시간 동안 자기가 완료한 포스트잇을 옆으로 넘기는 형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부터 이미 협찬 물품을 받아오셔서 프로젝트에 참여시 제공하는 혜택이 많았다.

1. 음료 2잔(커피, 티 가능)

2. 꾸덕바 1개

3. 야식(금야라면 or 짜계치)

4. 목표 달성 기념 NFT(포텐 프로젝트 정식 Launch 시 할인 혜택 제공)

5. 포커스카페인 한 통

6. 루티너리 앱 3개월 이용권


포텐 프로젝트의 참가자가 카페에 입장하면 화이트보드에 이름을 쓰고, 음료를 주문하는 방법과 화이트보드에 Pomo를 쓰는 방법을 안내했다. 정각에 시작하기 전 포스트잇을 모두 붙여야 한다. 시작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다 같이 안내를 드린 후 Dave의 생산성 강의를 진행했다.


25분만 들어도 속이 꽉 찬 생산성 강의가 끝나고 23시 30분, 1 Pomo를 시작한다. 분위기와 음악을 모두 잘 깔아 두었는지 집중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나도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 5개를 붙였고, 함께 시작했다.

(나는 목표했던 글 10,000자를 4시간 만에 작성했다.)


6 Pomo가 끝나면 하이드미플리즈에서 함께 운영하는 금야포차의 야식 제공 및 네트워킹을 진행했다.


하미플 멤버들이 금야포차의 금야라면과 짜계치 홍보를 엄청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짜계치를 먹어볼 수 있었다. 배가 고픈 시간도 아니었는데 짜계치는 정말.. 정말 너무 맛있었다. 이미 기대가 한 껏 부풀어 있었는데 그 기대보다 더 맛있는 너낌.


타임테이블




결과 및 피드백

총참여자는 26명이었다. 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청해 주신 분만 6명.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은데 멀리서 와주셨다. 이 자릴 빌려 감사드립니다. 만족도는 9.1/10.0 최저점은 7점, 최고점은 10점이다.


밤샘 작업 시간을 확보한 것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좋아하셨다. 어차피 주말 낮에는 잠만 잘 거인데 자기 전에 밤새서 미뤄왔던 일이나 진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잘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게다가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너무 잘 만들어주어서 분위기에 압도되어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감사해하셨다. 어차피 대중교통이 끊어져 집에 못 간다는 생각이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초반 10초 자기소개도 마음에 들어 하셨다. 13일(금)의 피드백을 받아 14일(토)에는 화이트보드에 자기 이름과 함께 관련 키워드를 작성하고, 간단하게 오늘 자기가 할 일을 얘기하고 시작했는데, 이 덕분에 네트워킹에서 자기와 관련 있는 사람을 쉽게 찾아 더 다양한 대화를 해볼 수 있었다고 한다.


뽀모도로 시스템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직업마다 선호도가 달랐다. 공부나 일반 사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25분의 집중 시간은 조금 길다고 느껴지신 분도 계셨다. 반면에 일러스트처럼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25분은 오히려 작업 시간이 너무 짧아서 50분(집중시간)/10분(쉬는 시간)을 원한다는 분도 계셨다. 뽀모도로 텀은 다음 기회에는 업무 특성을 고려해서 서로 다른 시간으로 운영을 해봐야겠다.


야식에 대한 피드백도 있었다. 환상의 짜계치를 먹었던 나와는 달리 새벽에 야식을 먹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도 계셨다. 야식의 비용 또한 참가비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야식을 선택했으면 하는 분들도 계셨다. 야식을 선택하지 않으신 분들은 야식 대신에 동네 산책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고 네트워킹을 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왜 목표를 미리 제출해야 했나요? 이건 피드백보다는 질의응답인데, 당근메일을 보면 사람은 선택의 순간에도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해야 할 일을 정하는 것도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일이라서 뽀모도로를 하기 전에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면 이미 에너지를 소모하고 뽀모도로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 취지에 맞는 사람도 뽑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에너지를 아낄 겸 미리 해야 할 일을 정하도록 안내했다. 해야 할 일을 미리 설정한 사람은 1 Pomo가 시작하자마자 정해진 할 일을 진행했고, 에너지 낭비 없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파일럿일 때 받은 비용은 50,000원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이용할 경우 적절한 비용을 받아보니 평균 45,000원이 나왔다. 우리가 받은 비용보다 적절한 비용 측정의 평균 금액이 적게 나온 걸 보니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가성비 좋은 서비스는 아니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운영 비용을 따져봤을 때 비용은 줄일 수 없을 것 같으므로 프로그램과 운영 방식으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 같다.

스터디카페처럼 시간당 금액으로 비용을 측정했을 때는 시간당 6,200원이 나왔다. 앞뒤 불필요한 시간을 제외하고 8 Pomo만 했을 때 총 4시간이 나오기 때문에 이를 곱하면 24,800원 정도 된다. 시간당 금액은 음료와 참여 혜택, 각종 협찬품들을 고려하여 다음 프로그램의 기준이 될 것 같다.




추가 아이디어

-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강연을 한 뒤 함께 집중 작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 좋을 것 같다. (글쓰기, 생각정리, 디자인, 프로젝트 관리, IR, 제안서 작성 등)


- 특정 기업의 팀원들을 모셔두고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그 팀의 퍼포먼스를 이끌어 내기에 좋을 것 같다. 전문 퍼실리테이터를 모셔도 좋을 듯.


- 낮 시간에도 해볼 예정이다. 현재 장소를 구했고, 프로그램 홍보와 운영 방법을 다시 구상하면 된다. 밤샘과 장소의 진입장벽이 있었는지, 프로그램 자체의 진입장벽이었는지 실험해 볼 좋은 찬스다.


추가 업데이트 - 2023/01/17

- 우리 프로젝트에 적합한 유튜브 영상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프로젝트의 컨셉에 맞는 음악이나 백색 소음 등을 사용하는 것이다. 


- 포텐 프로젝트에서 사용한 뽀모도로 영상을 다시 사용해보고 있는데 5분 쉬는 시간 영상에 음악도 좋지만 오래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트레칭 영상 5분짜리를 틀어줘도 좋을 것 같다.




프로젝트 후기

- 담당자가 각자 뛰어난 사람이어서 그런지 프로젝트가 긴장했던 것보다 쉽게 진행되었다.

- 아직 프로젝트 오픈도 안 했는데 협찬을 받아오셔서 깜짝 놀랐다. 역시 능력자들이란..

- 몇 년 만에 협업을 했는데 프로젝트가 너무 스무스하게 흘러가서 몸도 마음도 편했다. 혼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입금, 장소, 대여, 운영, 홍보, 기획 등 전부 혼자 했는데 협업을 하니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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