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 마종기 <우화의 강>
그린보트여행 5일 차. 잠시후면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하네요. 이곳은 일본 규슈에서 대만까지
이어지는 류쿠열도를 가리킨다고 해요. 약 16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연평균 20도가 넘는 따뜻한 곳이래요. 나하항구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어장'이라는 뜻을 가진다네요. 자유롭게 한 두 곳만 가고 싶어서 자유여행을 선택했는데 두 젊은 노인이 길이나 잃지 않을까 쬐끔 격정되네요.^^
어제는 선상에서 다양한 강연과 공연에 참석했는데요. 그중 으뜸은 유홍준 교수의 불교미술로 본 문화사의 흐름에 대한 말씀이 좋았어요. 사인도 책방이름으로 받았네요. 영화 <탄생>의 감독 박흥식 님이 직접 들려준
조선근대의 시작점에 천주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김대건 신부에 대한 영화줄거리가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건너온 대만 해협길을 1840년대에 김대건신부님도 지나왔다는 사실에 뭉클했답니다.
저녁에는 선상의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김병오 테너와 장사익 가수님의 노래와 다양한 인생이야기를 들었는데요, 특히 장사익가수는 우리나라 시인들의 시로서 직접 창작한 노래를 많이 들려주었답니다. 특별히 시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더군요. 첫 번째 노래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이라는 노랫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마종기의 <우화의 강>이라고 잘난 체를 했답니다.
이외에도 그린운동에 대하여 다양한 강연을 통해 그린리더라고 명칭 한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일본의 도시와 문화를 접할 텐데요. 와이파이 없이 그냥 다녀볼까, 아니면 유심이라도 준비해 볼까 고민 중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지라, 핸드폰 운영이 안 되는 하루종일은 감옥과 같기는 하더군요. 나라의 폭동사태를 들으면서 '어찌 이런 일이...'라는 걱정과 우려가 하늘을 치솟아서, 사실 여행에 즐거움을 가미하기도 염치없고요.
20대 아들 딸을 둔 엄마라, 20대 청년들의 법원 난입과정을 보면서 엉뚱한 불똥이 우리 키세스 응원단을 포함한 여성 청년들에게 몰려올까,,, 너무 걱정 되기도 합니다. 점점 더 극대극의 상황으로 변하는 한국정치와 국민들의 양태를 보면서 또 다른 염려만 쌓이네요. 제가 군산에 간다고 달라질 일이 있을까 싶지만,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맘만 들어요.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을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결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