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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 아침편지 276

2025. 01. 19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태어나>

by 박모니카

이른 새벽 속이 확 뚫리는 소식이 있었지요. 윤씨 구속영장 발부. 수의를 입고 일반 수형인들처럼 특별대우를 받지 않는 형식으로 돌아간다 합니다. 마지막까지 발악하며 지지자들에게 무도하고 기괴한 의견을 내던 그는, 끝까지 자기의 행동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비겁함까지 보였습니다. 전 국민이, 전 세계가 지켜보던 명백한 쿠데타를 그 혼자서만 인정하치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지요. 하여튼 저는 이 순간 흰 눈 속에서 은박지를 두르고 응원봉을 흔들던 키세스 청년단을 기억합니다.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소식을 듣는 것이 무작정 기쁘진 않지요.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에서 벗어나서 다른 평화와 기쁨을 즐기라는 것인데요. 아시다시피 12.3 사태부터 오늘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까. 그러니 우리 국민이라면 단 하루도 맘 편히 잘 수 없었지요. 사필귀정이라 . . 탄핵결정 그날까지 아주 조금은 편한 잠을 청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선상에서의 다양한 강연프로그램은 제게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어제는 시인 박준 님의 유쾌하고 코믹하게 시인으로서의 자신을 표현하고,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시가 말이 되고 말이 시가 되는 과정을 얘기해 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2번의 다른 주제로 강연한다고 하네요. 오늘은 은희경 소설가의 강연에도 참여하려 합니다.


특별히 장사익 음악가 공연과, 임진택 명창의 '우리 소리 함께 하기` 시간도 엄청 기다려집니다. 그러나 필수적으로 들어보는 강연은 '환경 관련‘ 내용들이죠. 그린보트가 어떤 주제로, 어떤 목표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중들에게 제시하는가를 잘 살펴보고 있네요.

대만기륭항구에서 가까운 '지우펀'의 야경을 보았는데요. 몇 년 전 여름 낮에 올라갔을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어제는 날씨도 선선하고, 유명한 일본영화 < 센카치히로>의 배경이었던 홍등 골목을 조금 돌아다녔네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지는 못해서 아쉽지만, 혹시 알아요? 또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이곳 역시 일제강점기의 산물이고 지금은 지역민들의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었다는 사실만 기억하며 씁쓰레 돌아왔습니다.


비가 오네요. 이 깊은 새벽에 선상 위로 올라가기 무서워서 그냥 비가 오는 느낌만 받고 있네요. 군산에도 비가 올까요. 다른 때 같으면 겨울비 음악 들으며, 이런저런 글을 읽어볼 텐데요. 가능하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자고 마음먹어서, 핸드폰 덜키고, 선상 내 오프라인 공연이나 강연에 돌아다닙니다. 오늘의 명사들, 장사익, 유홍준, 임진택. 은희경, 박준, 손호철, 승효상, 최열, 서명숙, 박상영 등이 누구인지, 유튜브로 그들의 공연이나 강연도 한번 들어보는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정현종시인의 <사람이 풍경으로 태어나>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람이 풍경으로 태어나 -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차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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