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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89

2025.2.1 김기택 <스마트폰>

by 박모니카

줌시강독회 2025버전에 참여한 첫날, 이번에도 여지없이 5시간을 넘기면서 김기택 시인의 시집 <낫이라는 칼>을 낭독하는 모임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부터 쭉 참여해오면서 여러시인들과의 만남, 또 그들이 전하는 시의 세계과 시 쓰는일 등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는 일은 즐거운 일이 되었습니다. 주관은 전주와 완주 인문학당이지만, 저도 군산분들이 많이 왔으면 하는 맘으로 지인들에게 소개를 하곤했지요. 아쉬운 것은 너무 장시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꾸준하게 참여하는 분이 적다는 사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참여해보신 분이라면 엄청난 매력을 느끼는 시간임을 아실거예요.^^


김기택시인 ‘사물주의자’라는 별칭이 있더군요. 어느 문학평론가가 그를 지칭한 표현인데요, 막상 시인은 그런 표현에 얽매여서 시를 읽거나 평하지 말고 그냥 독자가 느끼는대로 공감하는대로 사물을 오랫동안 관찰한 경우라면 쉽게 이해될수 있는 시를 쓸 뿐이라고 했습니다. 일상에서 보이는 흔한 사물과 그 사물의 삶을 표현할 때, 인간역시는 사물과 등치시켜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흐름을 볼수 있는 시 들이 많았습니다. 문학평론가들처럼 고상하고 어려운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최소한 김 시인이 사물을 바라볼때는 그 어떤것도 버려질 것이 없고,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사물을 아주 오랫동안 본 후 시를 쓰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월의 첫날이네요. 살금거리며 비가 오고 있었나봐요. 왠지 일부러 늦잠자라고 배려를 받은 듯 하고요, 창밖의 기러기떼들의 굿모닝소리도 흥겹게 들리는 아침입니다. 어제는 오후에 책방 지킴이를 하는데, 젊고 예쁜 청년이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어요. 우울한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이라고요. 지역작가 코너에서 시집명에 ‘엄마’ 이름 들어간 시집을 고르길래, 작년말 칠순되어 첫 시집을 낸 이순화시인의 시집 <사랑이었다>를 추천하며, 손님이 주고싶은 분께 분명 좋은 글이 될거라고 했어요. 손님이 중년의 엄마를 생각하며 우울함을 이길 희망의 시집을 주고 싶은 듯 해서요.


책 두 권 팔고 또 저는 전주 모 책방으로 나들이 갔지요. 그런데 그 책방대표가 제 책방을 알고 있다면서, 갈 때 마다 문이 닫혀있었다는 말을 했답니다. ‘제가 이렇게 돌아다니니까요’라고 하면서 서로 웃었답니다. 전주 풍남문 안에 있는 <카프카>와 <책보책방>이니, 전주에서 차 한잔 하며 책을 보고 싶을 때 꼭 들러보세요. 분위기나 주인장의 매력이 돋보이는 책방입니다. 오늘의 논어구절은 知者樂水, 仁者樂山(지자요수, 인자요산) -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옹야편 –입니다. 김기택 시인의 <스마트폰>시는 마치 저에게 들려주는 시 같아서 함께 들어봐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스마트폰 - 김기택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어 있다.

떨어지지 않는다.

얼굴을 옆으로 돌릴 수가 없다.

스마트폰에 붙들려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머리를 억지로 잡아당겨 화면에서 떼어내고 싶지만

두 눈알은 스마트폰에 남고

눈구덩이가 뻥 뚫린 머리통만 떨어져 나올 것 같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커터칼은 눈알을 떼어내고 싶어 근질근질하지만

눈알을 잘못 떼어 눈동자는 화면에 붙고

흰자위만 떨어져 나올까봐

칼날을 지퍼 필통에 꽉 가둬놓기로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콘택트렌즈처럼 낀 눈알을

몸통과 함께 조심조심 들어서

안과 수실실로 실어갔으면.

하지만 전동차 가득

스마트폰마다 붙어 있는 저 많은 눈알들을

어떻게 다 옮긴단 말인가.

전동차 10량이 한꺼번에 들어갈 안과도 없을 텐데

추락하는 여객기를 받다 말고

어떻게 슈퍼맨더러 영화 밖으로 나와 달라 하겠는가.


눈알이 스마트폰에 달라붙지 않는 신상품은

대체 언제 출시된단 말인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제가 연결해 드릴께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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