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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90

2025.2.2 박남준 <따뜻한 얼음>

by 박모니카

예전 같으면 어디 남의 살림살이를 정리한다는 개념이 있었을까요. 그런데 요즘은 정리수납전문가라는 직업종이 생겼을 정도로, 복잡다다한 살림도구가 과도하게 지배합니다. 아무리 공간이 작더라도 ‘정리’만 잘해 두어도 공간을 시원하게 보이게 하는 손 야무지고 아이디어 넘치는 사람들... 부럽지요. ^^


새해기념으로 책방 청소 한번 해볼까?~~ 하여 살짝 손 댄 책방정리. 두 평짜리 방에 정리할 것도 없지만, 해가 갈수록 책도 늘고 먼지도 늘고 손님들 자취도 늘도 하여 책 쌓아두는 위치를 바꿔보자 싶었습니다. 아주 조금 손댔는데, 늘정늘정... 내려지는 책 한 쪽씩 읽으면서 움직였더니, 시간이 후다닥 가버리고, 결국 한 쪽 모서리만 청소했네요. 동시에 찾아온 지인과 수다도 떨고, 책을 사가는 청년손님들에게 남아있던 새해 간식선물도 몽땅 드리며, 아주 작은 ‘정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설날연휴가 하도 길어서 학원수업을 하는 일도 잊어버릴듯해요. 오늘은 학원에도 청소의 손길을 내어, 내일부터 맞이 할 학생들에게 깔끔한 학원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싶군요. 신체중에서 손만큼 부지런하고 정직한 것이 없으니, 생각에 켜진 촛불을 두손으로 찬찬히 들고 이곳저곳을 밝음으로 채워야겠습니다.


‘두손‘이라는 표현을 보니, 어제 읽은 책 중에, 괴테할머니, 전영애교수의 삶이 떠오릅니다. 독후얘기는 곧 전해드리겠지만, 그녀의 삶 속에서 보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지인들에게 영상을 함께 공유했답니다. ’여백서원‘이라는 책보고가 있는 땅 수천명을 가꾸는 그녀의 두 손. 정작 자신의 글쓰기 공간은 2평정도로 글쓰는 도구와 접이식 매트 하나만 있는 단촐한 삶. 진정한 수도자, 정직한 삶의 예찬자, 오로지 ’글‘이 주는 떨림 하나로 행복을 나누는 지성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제 마음 속에 있는 닮음단추를 눌러 1퍼센트라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하는 오늘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오늘의 논어구절, 학여불급 유공실지(子曰 學如不及 猶恐失之) - 배움은 따라가지 못할 것처럼 하면서도, 또한 놓칠까 두려워해야 한다. 태백편. - 지리산 시인 박남준시인의 <따뜻한 얼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 겹 또 한 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2.2얼음1.jpg
2.2얼음2.jpg
2.2얼음3.jpg 조만간 여주에 있는 <여백서원>에 한번 놀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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