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4.17 이재무 <갈퀴>
텃밭농사 몇 년에 손농사기구가 있을 건 다 있어요. 쇠스랑, 괭이, 갈퀴, 호미, 삽... 해마다 다짐하길, ’ 이번만 하고 안 해야지 ‘하는데, 해마다 또 당겨지는 텃밭농사일. 제 땅도 아닌데, 양지아래 놀고 있는 땅을 보면 저절로 마음이 동해서 또다시 일을 벌이지요. 게다가 지인이 보내준 수미산 감자씨를 본 순간, ’이 생명체를 놔둘 순 없지. 상자 속에서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 싶어서 제 몸도 감자새싹처럼 껍질을 뚫고 올라옵니다.
도착한 텃밭에는 풀이 가득, 밤사이 우렁각시라도 와 있다면 모를까. 어차피 제가 할 일!! 다행히도 이틀 전 내린 비로 땅은 말랑말랑, 쇠스랑이며 괭이가 쑥쑥 들어가서 땅을 뒤엎기는 수월했지요. 호미로 잡풀들 흙 털이하며, 둔덕 몇 개 만들고, 감자씨를 심고 나니, 그 개운찬 맛은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일. 아침부터 힘깨나 썼더니, 팔, 허리, 다리,, 후들리지 않은 데는 없지만요.^^
하여튼 이렇게 올해 텃밭농사를 시작합니다. 이 땅은 황토에 태양빛에 타고난 태생이 좋은 친구라 아마도 풍성한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고요. 감자처럼 손 품이 갈 일이 없는 작물도 없어서 심어만 놓고 나면 잎이 자라고, 감자꽃이 피어날 테고, 사진대령하여 찰칵거릴 테고, 그러면 감자꽃 노래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보고 그러는 사이 여름 하지 경, 줄줄이 떼를 지어 뿌리왕가를 이루며 나타날 감자들... 생각만 해도 벌써 감자농사는 다 지었습니다.
사람의 본능 중에 경작의 본능도 있다더니, 저같이 매년 초짜농사를 하는 어설픔에도 불구하고 발길이 당기는 것을 보면 분명 그 말은 맞는 말 같아요. 여러 재미난 일 중 작물 키우는 농사일, 이제는 재미난 취미가 되었네요. 몸으로 느끼는 이 강도가 없다면 글쓰기도 없고 노동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글의 소재도 풍성해집니다.
오늘은 또 아침 일찍부터 군산의 도서관(약 20여 개)에 책을 납품하러 불나게 다니겠어요. 책방지기 3년, 성실하다고, 웬일로 군산시에서 도서관 납품수를 늘려주더군요. 오늘 각 도서관에 배달하는, 정말 찐 책방지기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대행수고비,,, 처음으로 우리 책방 매니저님 월급 1-2달치는 나올까요^^ 매일매일 별의별 모습으로 살아가는 저, ’ 인생 참 오묘하다 ‘라며 중얼거려도 그 모습이 양식이 되겠지요. 같은 날, 같은 모습은 고여 썩어가는 샘물 같아서요. 분명 차 안으로 벚꽃들의 세례를 받을 것이기에 오늘도 즐겁게 달려 보렵니다. 이재무시인의 <갈퀴>라는 시가 좋네요. 봄날의산책 모니카.
갈퀴 - 이재무
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
씨앗이 썩어 싹이 되어 솟고
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 속 파고들 때
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
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올리는 것이다
눈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세 알아차리고
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 갈퀴 깨워
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
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
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
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
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
애틋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
책방앞은 공사한다고 난리덥석, 그 와중에 작년에 왔던 제비꽃은 꼭 그자리에 다시 찾아왔네요.
책방매니저님의 따뜻한 마음...세월호 추도하는 작은 마음.
풀로 덮여진 밭을 쇠스랑과 갈퀴, 그리고 나의 손발로 트랙터를 물리치고 감자를 심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