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6

2025.5.4 신석정 <오월이었느니라>

by 박모니카

젊음과의 소통이 즐겁다는 것은,,, 음... 그만큼 제가 늙었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상대방의 눈치를 보면서도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 꼰대로 보이지 않는 비법을 알았답니다. 바로 시인들의 시 구절을 응용한 대화법을 구사한다는 것이지요. 저같이 암기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맘에 드는 시 구절을 기억하고 있다가, 젊은이들과의 대화에 맞게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면 엄청 칭찬받는 사실을 경험했네요.

비도 오고 해서 책방에 손님이 있을까 싶었는데, 연휴 첫날인 어제 책방을 스쳐 지나간 사람들이 아마도 30여 명을 되었을 거예요. 어떻게 숫자를 기억하냐고 물으신다면, 우리 복실이가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인기척을 내어서 저절로 알게 되었지요. 요즘 요놈이 노망이 들어가는지, 모자 쓴 남자들에게만 으르렁 거렸는데,,, 무조건 소리먼저 내니, 책방보조사장 하기는 애시당초 틀린 것 같습니다.


어쨌든 어제는 오고 가는 사람들 중에 안으로 들어와서 저의 잡다한 수다에 응대해 준 젊은 연인들이 시집을 2권이나 사갔지요. 청년의 입에서는 시인들의 이름과 제목이 나오기도 했으니, 얼마나 신기하던지... 저의 폭풍 같은 칭찬에 그들의 이야기는 저를 넘어섰지요.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동시에 고요한 문화공간을 찾아다닌다는 청년들의 여행이야기에 매료되어서 저도 역시 신나게 얘기했지요.


내일이 어린이날이라서 그랬던지,,, 어린이 손님들도 있었는데요, 역시나 모든 책은 그 주인이 따로 있는 법. 책장에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렸던 동화책 2권도 팔렸고요. 5학년 학생이 윤동주시인의 별 헤는 밤이라는 제목을 말하길래,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미니시집 한 권, 책방 키링 등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이래저래 6권이나 책이 팔려서 밥값 했다 싶어 후다닥 책방문을 닫았답니다.


학원을 안 하면 무엇하고 살지? 하며 걱정할 때가 있지요. 성인이 되었어도 아직도 학생신분인 딸자식이 있고, 공무원이 아닌 바에야 연금하나 준비한 게 없으니 더 걱정이 일렁거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제 같은 풍경만 그려진다면, 책방 하며 기초생활비 정도의 수입을 계획하며 살아가도 괜찮겠다 싶었네요... 그러려면 지금의 지출량의 10분의 9를 정리해야 될 판...갑자기 한숨부터 나오는군요^^ 하지만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오늘도 재미나게 살아보렵니다. 좋은 생각으로 멋진 꿈을 꾸면서요. 오늘도 신석정시인의 시 <오월이었느니라>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월이었느니라 - 신석정


하늘로 솟구치는

노고지리 은은한 가락

천지에 퍼지는

오월이었느니라.


제빌 거느린

하늬바람에 겨워

철쭉꽃 뚜욱 뚝 떨어지는

오월이었느니라.


빠알간 모란이

무더기로 피어나고

어린벌 잉잉거리는

오월이었느니라.


기인 긴 겨울을

견디고 살아오던 의지

드높이 솟구치던

오월이었느니라.

생각하자

우리들의 빛나는 설계를!

건설로 아로새길

오월이었느니라.

그리하여

저 정정한 나무와 더불어

굽힐 모르고 살아갈

오월이었느니라.

5.4오월장미1.jpg
5.4오월장미2.jpg

사진제공, 박선희문인

5.4오월장미3.jpg 탱자나무꽃

사진제공. 유희경문인


매거진의 이전글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