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23 고영민 <9월>
꽃이 피면 잎이 없고, 잎이 나면 꽃이 사라지는 꽃, 한 몸에서 꽃과 잎이 서로 마주 볼일이 없는 꽃무릇의 붉은 화관이 눈길을 잡아둡니다. 그래서 꽃말도, ’ 그리움 ‘ ’ 이별‘이란 말로 표현되지요. 지금이(9월 중순-10월 초)이 개화절정이라서 어제 아침은 월명산 꽃 무릇길을 걸었네요.
역시 중년의 여자들, 그 감수성은 자연을 바라보는 눈빛에서부터 다른가 봐요.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여성동무들. 아마도 저들도 사진 속에 꽃무릇을 담으면서, 뭔가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싶으려니... 분명 군산 사람들일 거라,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을 알려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답니다. 아직도 열리지 않은 꽃 봉오리가 많으니, 금주 간 꼭 산책하시면서 글과 사진 작품도 염두에 두어보세요.^^
어제부터 고등부 중간고사가 시작, 대부분의 학생들이 금주 한주간만 시험준비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약 한 달 전에는 아직도 시험 보려면 많이 남았다고 늘정거리더니, 갑자기 어제부터 학습태도에 긴장감과 집중력을 보이더군요. 아마 본인들도 느끼나 봐요.~~ 이럴 때 제 친정엄마께서 김밥을 보내오셨습니다. 당신 손자들도 먹이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나눠주라고, 김밥을 만들었다고, 못내 그렇게 한 당신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목소리였습니다.
먹성 좋은 학생들이 한 주먹에 잡으면 딱 좋은 크기로 썰어서요. 얇게 썰어놓은 것보다, 손가락 크기로 만든 김밥을 학생들은 더 신기해하며 좋아해서, 어제 한 점이라도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김밥 속에 콩나물이 들어간 것은 처음 본다느니, 자기 엄마가 만들어 준 것보다 100배는 더 맛있다느니, 점심때부터 배고팠다느니,,, 아부성 멘트로 하나라도 더 먹고 싶어 해서, 사실 저도 딱 한 개만 먹고 모두 나눠주었습니다. 학생들이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불렀으니까요. 엄마께 고생하셨다고, 더 맛난 거 함께 드시자고 전했습니다. 아마도 우리 학생들도 얼굴도 모르는 할머니의 김밥을 오랫동안 기억해 주겠지요.
아직도 날은 밝아오지 않네요. 벌써 4시에 눈이 떠져, 뒹글거리며, 활자 몇 자 보다가 노트북을 열었는데, 자꾸 창문을 쳐다보아도 쉬이 밝은 아침이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곁에서 코 골고 자는 우리 복실이의 단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새 날의 배려는 두툼한데, 할 일 많은 저는 ’빨리 밝아져라’라는 주문을 걸며 마술봉을 흔들고 있네요. 오늘도 더 깊은 가을사다리 타고 내려가며, 그 향기에 잠시 몸을 맡겨보렵니다. 고영민 시인의 <9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 있었다
수로(水路)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