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1 전재복 <이태원엔 배꽃도 피지 마라>
아마도 오늘은 이 노래가 가장 많이 들려올 것 같아요. 저작권법이 널널할 때, 오늘만 되면 길거리, 커피숍 등에서 꽤나 틀어대곤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맘대로 할 수 없지요. 대신 손 안의 컴퓨터에서 맘껏 들을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으니 저도 들어볼까 합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요.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중략)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사실 꿈을 꾼다는 것은 기쁨이면서도 슬픔인 거죠.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꿈’ 이란 말을 쓰기도 어색하지 않을까 해요. 저에게도 남다른 꿈 하나가 있는데요. 책방을 하고 글을 쓰면서 그 꿈의 형체가 아주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다 보여버리면 그때는 꿈이 아니기에, 셀렘이 사라지기에, 그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는 것이 더 좋겠다 생각도 하지요. ^^
하여튼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어제도 말씀드린 할로윈데이. 이태원 참사 3주기(29일)가 지났어도, 지식인의 양심으로 한 순간이라도 경건한 추모가 있는 시간이기를 기도합니다. 아마도 때 이른 송년회가 있기에 미리 마음에 경고를 하는 셈이지요. ‘열심히 살아온 그대에게 축복 있으라!’라고 외치는 지인들의 작은 모임에 참석하여, 고군산 선유도의 가을바다를 보러 갈 일이 있어서요. 풍경 좋은 곳 사진도 찍고요, 생각나면 글 한 줄 써보고요. 소위 <디카시> 한편... 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오늘은 전재복 시인의 시, <이태원엔 배꽃도 피지 마라>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이태원엔 배꽃도 피지마라 – 전재복
만갈래로 찢어놓은 상처에
피눈물 흥건한데
어떻게 울어야 하는지
어떻게 껴안아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는데
내 새끼 내 새끼
가슴을 쥐어뜯으며
가까스로 부르는 너의이름
세상에 차고 넘치던 그 많던 말
하나도 쓸모없구나
무성하게 우쭐대던 토막 난 문장도
다 쓸모없구나
서양귀신 깔아놓은 축제에
어쩌자고 따라나섰더냐
아니다 아니다
막아내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대비하지 못한 황망한 이별이
악몽인 듯하여
눈물조차 흐르기를 잊었는데
네가 간 그곳에서 꽃들은 피겠거니
무량무량 꽃으로 피겠거니
그곳에만 희디희게 피어나라
이태원엔 이제 배꽃도 피지 마라
너 없는 세상 배꽃도 보기 싫다
이태원에 다시는 배꽃도 피지 마라
(2022. 10.30. 이태원참사 156명 희생자를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