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95

2025.10.30 고은영 <마지막 가을의 눈물을 쓰리>

by 박모니카

학생들은 또 묻습니다. 이번에는 할로윈 파티 하나요? ‘아니, 샘은 못할 것 같은데...’

대신 이태원 참사 이후, 학원의 고정파티 하나가 사라졌지요. 사실 저는 영어학원이라 부득이 관심을 두긴 했지만, 왜 하는지 이해 불가하기도 했답니다. 학원을 처음 열었던 그 해, 10월 말일, 군산의 모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할로윈 복장을 입히고 길거리를 행진하는 걸 본 적이 있지요. 신기한 것은 그 학원이 가장 인기 있었다는 사실, 학부모들은 그 학원을 다닌다는 것에 어깨가 우쑥우쑥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영어를 가르치니 영어권문화를 가르쳐야 하는 과정정도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저는 오늘 갑자기 날씨도 추워지고 해서 따뜻한 어묵 정도 준비해서 같이 먹을까 고민하네요. 오늘 단어왕 시험을 보는 날이라, 우리 어린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부드럽게 풀어주고 싶어서요. 병 주고 약 주는 원장이랄까요~~ 학원 일정으로는 오늘이 주간 끝이니, 살살 꼬셔서 영어단어 하나 알면 얼마나 재밌는지를 알게 해야지요.


새로 이사 들어갈 집의 창문에 커튼 하나 다는 것도, 미적 감각이 없어서, 어제도 지인의 육감까지 동원시키는 일을 했답니다. 쓱싹쓱싹, 어쩜 그렇게 결정도 시원하게 하는지, 그림도 시원스럽게 그리는 분이라서,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지요. 가장 좋았던 것은 저의 재정상황을 간파하시고, 전통시장에 가서 옷감을 떠서 후루룩 해결해 주었다는 사실이지요. 돈도 아껴주고, 미해결과제도 단번에 처리해 주는 그분은 천사입니다.^^


오늘은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 심사 위원님들을 뵈러갑니다. 과정과 결과가 어떨지 정말 정말 궁금합니다. 행사를 하는데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저의 사비로만 실시한 일에, 혹시나 ‘아까워라’ 하는 작품이 나오면 어찌해야 할지, 큰 고민에 쌓입니다. 하지만 저는 심사위원님들의 결과를 잘 받들고, 참가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따뜻한 온기만을 보온병에 잘 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은영시인의 <마지막 가을의 눈물을 쓰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마지막 가을의 눈물을 쓰리 – 고은영


풋내가 사라진 10월

붉어진다

불거진다

군살을 빼던 잎새들이 붉어진다

살아있는 모든 가슴이 불거진다

돌출 형 햇살의 빗금은

호랑가시나무처럼 뾰족한 가시로

균형을 깨트리는 맛에 신들렸다

가끔 균형이 깨진

농익은 아픔을 적어 놓은 페이지

바람이 틈새에 숨어든 음색들

노랑 빨강 갈색조의 주홍빛 발열

10월엔 마냥 그리운 고향에 편지를 쓰리

아울 한 가을이 저만치 보랏빛으로 멀어져 가는

마지막 가을, 황홀한 눈물을 쓰리


사진제공, 박세원 문우 / 정읍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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