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54

2026.4.7 김춘수 <꽃>

by 박모니카

11사월에 제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일은 당연히 학원생들의 중간고사 준비랍니다. 그런데 인문학당과 책방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제법 많아요. 오월이야말로 사람들이 더 바쁠 것 같아서 사월로 정했더니, 제가 할 일이 산더미처럼 높기만 하군요. ‘천천히 한 걸음씩 걸어가야지’라며 마음속에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그 첫 번째 행사가 금주 토요일. 책방을 옮기면서 이 골목길에 사람 좀 끌어보자고 기획한 ‘구영 1길 프리마켓’ 그리고 또 하나, 사월의 역사를 그냥 보내지 말자라고 생각해서 진행하는 ‘노랑별 아래 제주 동백이 전하는 4월 이야기’가 있어요. 다음 주에도 ‘군산작가초대마당’ ‘김영랑시인의 시 강독(전주한옥마을)’을 포함해서 4월이 끝날 때까지, 행사들이 연속입니다.


이런 행사들을 단지 ‘일’로서만 보면 아마도 못하겠지요.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로서 생각하고 펼치니 지인들도 힘을 합해주고요. 또 그렇게 도와주는 분들이 아니 계시면 어느 일 한 가지도 제대로 할 수 없고요. 이렇게 무언가를 펼쳐놓을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놓은 일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하는 자부심까지 생깁니다.

어제 오후에 도착한 노랑 파라솔을 마루에 세우며..., 가능하면 덜 필요한 것에는 소비를 아끼고 꼭 필요한 곳에 지출하는 마음도 새겼고요. 책방에 들어온 노란색 나비와 꽃처럼, 저녁하늘에 노랑별이 뜨는 듯한 꿈을 꾸기도 했지요. 그리고 마주한 책, 이종민 교수님의 『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에서 나오는 <셰익스피어, “소네트 29 “>를 잠깐 읽어보았구요. 아름다운 5월 첫 행사를 위해 포스터 하나 만드는데, 이 시가 들어있어서요.^^


오늘도 책방은 무한히 사람을 환대하렵니다. 사람보다 더 귀한 책이 없고, 사람보다 더 넓은 지혜가 없으니, 찾아오는 어떤 사람도 모두 책방을 빛내주시리라는 믿음으로요. 오랜만에 익숙한 시 한 편 읽어보실래요? 김춘수 시인의 <꽃>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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