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6 조병화 <해마다 봄이 오면>
일 년 중 군산이 가장 예쁜 얼굴을 보이는 때, 4월 벚꽃 철이죠. 삼사일 전부터 몽글몽글 꽃잎이 피어나더니, 촉촉한 봄비 덕분에 주말 어제 하루 만에 사람 꽃도 가득 피워냈더군요. 저는 친정에 볼일이 있어서 고향 섬을 다녀오면서 일부러 군산 벚꽃이 가장 많은 곳, 전군가도의 꽃도 구경했어요. 이 길은 제가 대학 다닐 때 벚꽃 피는 봄마다 어지간히 버스 창가에 코 묻고 다니던 길이네요. 전주까지의 48km 길이, 마음속에 구간을 만들어놓고 갖가지 상상을 했던 젊은 날도 떠오르는군요.^^
새벽에 언뜻, 천둥소리 외마디가 나서 일어났더니, 또 비가 오고 있네요. 어제 은파호수라도 걸어보자며 딸과 산책 갔는데요. 뜻하지 않은 무료공연 덕분에 즐거웠네요. 세대를 통합하여 조용필 <여행을 떠나요>부터 이문세 <붉은 노을> 버스커 <벚꽃엔딩>, 또 젊은 친구 들만 따라 불렀던 노래들까지, 은파꽃장에 나온 사람들이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역시 힐링을 느끼기도 했어요. 산책 전 제주 4.3 관련 다큐 하나를 보고 갔던 터라, 마음 한쪽에 풀어지지 않은 덩어리 하나가 있음을 느끼면서도, 사람 사는 것이 결국 이렇구나 라는 생각으로 기울어지기도 했습니다.
월요일이네요. 저는 특별히 요일 이름에 부제를 달아줄 만큼 일의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월요일은 많은 이들이 주요 업무를 시작하는 날이죠. 저는 학생들에게 주말 동안 벚꽃잎과 눈 맞추고 인증사진 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보낸 걸 보면 설마 중간고사 공부하느라 그랬을까?라는 헛된 꿈만 꾸어보네요. 분명 오늘 와서 말하길, 열공해서 꽃구경 안 했다고 말할 것 같아요.~~ 학생들은 그렇다 해도, 이 편지의 독자분들은 점심 드시고 꽃이랑 후식 나눠보세요. 어디 시절이 매양 같을까요. 해마다 꽃이 같은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 같아도 바라보는 그 사람이 그렇지 않으니, 세월의 무상함에 아쉬워만 하지 말고 여러분의 꽃을 만나서 그에게 다음 순간도 기약해 보세요. 조병화시인의 <해마다 봄이 되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무 가지에서, 물 위에서, 뚝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섬에서 돌아오는 뱃길에서 포착한 갈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