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5 신경림 <새떼>
오늘은 기독교에서 부활절입니다. 기독교인에게는 믿음의 생동력과 승리를 느끼게 하는 환희의 절기입니다. 오늘 이전에는 사순절기간(40일)이 있었는데요. 보통 신자들은 몸과 마음을 정결하고 경건하게 하는 여러 형태의 의식으로 예수수난의 과정에 동참하고 부활의 참뜻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모으지요. 성경읽기, 금식, 단식, 참회, 봉사활동 등.
매일 깜박이인 저는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지요. 사순기간동안 매일 외식비 한 끼 줄여서 기부금모으기였어요. 오늘까지 잘 지켰고요. 다음주 책방행사 후 모아서 꼭 필요한 곳에 기부하려 합니다.
예수부활의 기쁨이 우리 모두에게 함께해서 제발 전쟁도 끝나길...우리 4월 역사의 희생자들에게 진정한 부활이 이루어지길... 기도할뿐입니다.
어제도 줌으로 현대 시를 공부하는 문우들은 신경림시인을 만났는데요. 그럼 신경림 시인은 어떤 시인과 어떤 시를 좋아하셨을까요. 어느새 30여 년 전 쓰셨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을 들춰보았습니다. 당신께서 선택하신 시인들 한번 들어보세요. 정지용, 조지훈, 신석정, 김종삼, 신동엽, 박용래, 임화, 권태웅, 이육사, 오장환, 김영랑, 윤동주, 박인환, 한용운, 백석, 유치환, 박목월, 김수영, 천상병 등의 시인을 언급하시고 시인의 삶과 또 당신이 좋아하셨던 시를 소개하셨군요.
인문학당 시 필사팀의 한 지인은 천상병 시인의 시 전곡을 필사 중인데요. <귀천>이라는 시가 유명하지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략)//’...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마음과 눈을 가진 시인이라고 평한 신경림 시인이 추천한 다른 시 <강물>도 읽어봅니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까닭은 / 언덕에 서서 / 내가 /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밤새 / 언덕에 서서 /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 그 까닭만은 아니다.//(하략)
같은 물결 위에 서 있는 시인들의 모습을 보았죠. 우리 온택트 회원들도 비록 작은 모임이지만 같은 지향점을 향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매시간마다 더불어 공부해서 배우고 익히는 일도 즐겁고요. 어제 만난 신경림 시인의 작품 중에서 <새떼>라는 작품에 뭉클했는데요. 발제하셨던 회원의 시를 고르는 안목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이 시를 함께 읽어보시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떼 – 신경림
1.
수천수만 마리 새들이 갯벌에 앉아 있다.
번갈아 날아올라 쏜살같이 물속으로 자맥질해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고,
낮은 하늘에서 둥글게 원을 그려 튼실한 날개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해가 기우뚱 수평선에 걸리고 서쪽 하늘이 새빨갛게 물들면
수천수만 마리 새들이 하늘로 올라 춤을 춘다.
멀리서 보면 그냥 점들이다.
수천수만 개의 크고 작은 점들이 갯벌에 앉아 있고
크고 작은 점들이 춤을 춘다. 하지만
어떤 새는 아직도 깃털 속에 백두산 두메양귀비의 향내를 묻히고 있고, 또
어떤 새는 부리에 바이칼호의 물고기 비린내를 물고 있을 것이다.
사막의 모래가 발톱에 묻어 있는 새도 있고 초원의 마른 풀 냄새가 몸에 배어 있는 새도 있을 것이다.
먼 길을 날아오는 사이 눈 하나가 멀어버린 새도 있고 발톱이 빠져버린 새도 있을 것이다.
봄이 오면 돌아갈 곳도 제각각이리.
북쪽나라 추운 물가가 그리운 새가 있고 고랑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늪을 꿈에 보는 새가 있으리.
먼 길을 날기에는 날개가 덜 회복된 새가 있고 몸이 가뿐해 잠시도 가만있을 수 없는 새가 있으리.
멀리서 보면 똑같은 점들이다.
수천수만 개의 크고 작은 점들이 갯벌에 퍼져 있기도 하고 하늘을 맴돌기도 한다.
2.
너무도 달라서, 생각도 다르고 생김새도 달라서
매일처럼 입에 침을 튀기며 싸우고 주먹질하는 우리들도
멀리서 보면 수천수만의 크고 작은 점들이리라, 어쩌면.
누가 옳고 무엇이 바른지도, 누가 잘나고 무엇이 비뚤어졌는지도 구별되지 않는
수천수만 개의 크고 작은 점들이리, 멀리서 보면.
그림. 네이버에서
<아래 포스터는 다음주 토요일 행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