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4.4 신경림 <다시 길로>
비가 엄청 오네요. 작은 마당 옹기종기 내놓은 꽃들, 저 비바람에 춥기도 하겠다 싶은데, 제가 추워서 나가기도 싫고요. 길가에 버려진 우산 하나 가져다가 수국 두 송이를 덮어놓은 남편의 손길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오늘은 행사 하나 있었는데,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길래 취소했었거든요. 지금 모양 같아서는 취소하길 참 잘했다 싶고, 핑계 김에 저는 오늘 하루 쉼터 있는 다른 시간도 만나겠지요. 아주 오랜만에 고향 섬에 다녀올까도 싶은데 잠시 후의 날씨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온택트 수업 있어요. 신경림 시인을 두 번째로 만나지요. 회원들의 발제 원고를 미리 받아보면 저절로 겸손해집니다. 그들의 공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답니다.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발제되는 신경림 시인의 시의 제목을 말씀드리니, 꼭 읽어보세요.
- <가난한 사랑 노래>, <목계장터>, <농무>, <당신은 시간을 달리는 사람>, <새떼 1>, <길>, <다시 길로>, <큰 느티나무>, <파장> -이에요.
오늘도 몇 회원들은 자신들의 창작시까지 덧붙여서 발표하는 데요. 시를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한숨을 토해냅니다. ^^ 매일 아침 시를 읽을수록 ‘시를 쓰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 참 알 수 없네 라는 생각입니다. 동시에 시를 쓰겠다고 나서는 이들의 용기는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고요.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시를 쓰려고 도전하는 사람들의 일면을 보면 분명 ‘순수한 결정체’가 있다는 점입니다. 외면으로 보면야 세상 다 알만한 나이이니 ‘순수’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정점을 향해가는 모습 속에 시 쓰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명확히 서늘할 정도의 반짝임이 있더라고요. 저는 온택트 회원들에게서도 유명 시인들 못지않는 그런 특징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오늘도 그 명징한 시 한 줄을 만나기를 고대하면서~~ 신경림시인의 <다시 길로>를 들려드릴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다시 길로 – 신경림
길을 통하여 세상으로 나왔고
길을 통하여 사람들과 만났다
빛과 그림자를 보았고
눈물과 한숨을 익혔다
길을 통하여 빛보다 그늘이
더 빛난다는 것을 배웠고
사람들보다 더 많은 별들이
사람들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나는 길을 통하지 않고는
꽃도 보지 못하고
열매도 따지 못하게 되었지만
나는 내가 길에 갇혀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어느 날 나는 길 밖으로 나왔다
더 많은 세상으로 나왔고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더 많은 빛과 그림자를 보았고
더 많은 눈물과 한숨을 겪었다 그리고
별들보다도 더 많은 나무와 풀이
사람들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걸 알면서
세상도 사람들도 길이 되었다
별들도 나무와 풀도 길이 되었다
그런 다음
세상을 통해서 사람들을 통해서
사람들 속에 사는 별들을 통해서
나는 다시 길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