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18 ~ 황동규 <즐거운편지>
'당신께서 제 편지를 받아주세요'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지 당신은 아시나요.
말이 없었던 저는 어려서부터 마음속으로만 많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때는 일기장으로, 또 어느때는 보내지지 않을 편지로, 때때로 독후글로.
글을 쓰는 행위가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이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요.
상상만 해도 두렵습니다.
뭉특하고 경계없는 어떤 물건이 제 영혼에 쑥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긁적거리는 행위가 글이되고, 내 글이 책이 될수 있다하여 책을 출간하고보니 줄곧 부러웠던 책방세상이 떠올랐지요. 인생에서 우연이자 필연이란 말은 분명히 있습니다. 책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까요.
산 말랭이에 세평책방을 열었습니다
방이 좁아 책을 많이 놓을수도 없지요
시가 뭐지?
에세이는 어떤거야?
때론 책방지기가 보는 인문학책, 사회학책, 고전책은?
이라고 궁금하는 분들이 모입니다.
책방지기는 열심이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지요.
특히 아름다운 시, 덜 알려진 시를 공부해서
함께 나누어야겠다고 또 다짐했지요.
이 방은 <봄날의 산책> 책방에서 드리는 아침편지를 모은 샘물방입니다.
늘 새롭게 떠 올려지길 기다리는 샘물방울들이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책방을 아직 오지 못한 분들과도 나누고 싶은 맘에요.
<봄날의산책>책방지기 모니카올림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