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편지127

2022.8.22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

by 박모니카

일년 365일 꽃이 없는 세상이 오면 어쩌랴 하는 맘으로 주말동안 보랏빛 맥문동을 원 없이 보았네요. 어제 아침편지를 받은 지인들 십여 명이 장항송림숲에 다녀왔다고 예쁜 사진으로 인사했어요. 저도 가족의 추억사진 하나 남기고 싶어서 아들 딸에게 거의 청원분위기를 연출, 다시 숲을 찾았어요. 맥문동은 큰 나무밑에 기생하는 음지식물이자 한약재라고 하네요. 그래서 거친 바닷바람이 키우는 해송과 절묘하게 어울리나 봅니다. 습기가 덜어진 날씨 덕분에 숲속만찬에 초대된 사람들도 꽃처럼 피어났지요. 사람들의 모든 희노애락을 받아주는 자연의 품에 새삼 고개를 숙였네요. 조고각하(照顧脚下)-자기 발밑을 잘 보라, 겸손하고 스스로 낮추라-라고 했지요. 흔들리며 피는 꽃의 아름다움 속에 그들의 무한한 인내가 숨어있는 것을 생각하니 도종환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떠올랐습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어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송림맥문동1.jpg 남편의 사진 찍는 솜씨는 과연 최고입니다
송림맥문동4.jpg 파란하늘과 바다, 금빛 갯벌, 진초록잎과 갈색피부의 해송 그리고 신비로운보라빛 맥문동, 절묘한 색의 궁합.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