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3 김준태<국밥과 희망>
작년부터 학생들과 함께 ’필사시화엽서나눔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중 저의 모교인 군산여고 학생들의 활동은 아름다움 그 자체입니다. 시인들이 노래한 삶의 희노애락을 여고생들이 읽고 필사하고 그림을 그려 엽서를 만들도록 유도한 저의 속내가 있습니다. 저의 학창시절과 달리 공부라 하면 오로지 ’수능‘만 떠올리는 세대가 안타까웠어요. 글 한 줄로 스스로 위로받고 타인을 위로하는 마음을 갖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효과는 대단합니다. 작년에도 천여 장 이상의 엽서를 받았고, 올해도 여름방학동안 이천여 장의 엽서를 만들었다고 전해 받았지요. 얼마나 정성을 들여 만든 엽서인지 눈물나게 고마웠습니다. 참교육에 헌신적 지지를 보여주신 군여고 허미영 교감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필사시화엽서는 저소득층 무료급식수혜자들에게 전달되요. 그들의 한 끼 도시락 위에 ’시로 만든 맛있는 반찬‘이 되어 올려집니다.
오늘의 시는 김준태시인의 <국밥과 희망>.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국밥과 희망 / 김준태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인간의 눈빛이 스쳐간 모든 것들을
인간의 체온이 얼룩진 모든 것들을
국밥을 먹으며 나는 노래한다
오오, 국밥이여
국밥에 섞여 있는 뜨거운 희망이여
국밥 속에 뒤엉켜 춤을 추는
인간의 옛 추억과 희망이여
어느 날 갑자기
수백 대의 이스라엘 폭격기가
이 세상 천지 곳곳을
납작하게 때려 눕힌다 해도
西베이루트처럼 짓밟아 버린다 해도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국밥을 먹으며 나는 신뢰한다
인간은 결코 절망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은 악마와 짐승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노래하고 즐거워한다
이 지구상 어린 아기의
발가락이 하나라도 남아서
풀꽃 같은 몸짓으로 꿈틀거리는 한
오오, 끝끝내까지 뜨겁게 끓여질 국밥이여
인간을 인간답게 이끌어 올리는
국밥이여 희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