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편지129

2022.8.24 강형철<해망동 일기 3-여름밤>

by 박모니카

여름의 갈무리에 군산문화재가 있는 근대역사거리에서 ’군산야행(8.25-8.27)’이란 행사를 합니다. 말랭이마을의 입주작가들도 이 행사에 참여하는데요, 책방에서는 두 번째 ‘시낭송잔치‘를 기획했어요. 아마추어부터 프로낭송가까지 어린이와 성인 18명이 참여해요. 지난 5월 책방행사로 처음 시 낭송을 했는데요, 정말 ’아름다운 시를 노래하는 마을‘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어요. 8.27(토) 시 낭송잔치에서 낭송할 사람들과의 만남은 벌써부터 가슴설레는 일입니다. 낭송할 시의 원고와 낭송순서 등, 행사를 준비하는 저는 세상 누구보다 부자입니다. 행사를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꼭 오셔서 함께 해요‘라는 제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예요. 당일 어느 분께서 낭송할 시를 오늘의 시로 만나보세요. 군산출생, 강형철시인의 <해망동일기 3-여름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해망동 일기 3 - 강형철

(여름밤)


아사리 국물은 언제나

구멍난 물동이로 고쳐 만든 화덕에서

툭툭 보릿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수제비 국물로 맛이 있었다

서너마리 집어넣은 멸치가

우리의 수제비 그릇에 담기길 기다려

여름밤 모깃불은 매워도

평상 위에 내린 이슬은

온몸을 적시는 차라리

이불이었다 사랑이었다

개똥벌레가 날아

자기의 자리를 찾아 어둠을

불 밝혀 거슬러 올 때

한낮, 검게 익도록 감춰둔

이파리 사이의 명아주가

혹시 동생들 눈에 띄지 않을까

조바심하며 하늘의 별

배고픈 눈빛에

탱자나무 가시로 박혀오던

우리의 여름밤은 저기 뻘물로

춤추며 가는구나


8.24해망동일기.jpg 군산해망동의 동백대교를 물들이는 석양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