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96

2023.2.7 박노해 <행복을 붙잡는 법>

by 박모니카

새벽인데도 유리창을 여니 쑤욱 들어오는 기온이 부드러워요. 매일 매일 겨울의 표상이 절로 녹아드네요. 하긴 입춘의 옷을 입고 다가온 님의 손길이 며칠이라도 따뜻해야 꽃샘 잎샘 추위에도 원망을 덜 하겠지요. 동면하는 포유류의 유전인자가 제 몸속에 있는지 자다가 깨면 기어이 시간을 채우려 다시 잠을 자곤하죠. 일어나는 시간도 목표를 정하는,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 습관. 이제는 버릴 때도 된 듯, 어제 책방에 오신 손님(인생선배님들)들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 중년의 나이가 넘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삶’이 스스로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알려주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없는 나이인데, 욕심껏 하려다가 몸과 마음만 상처를 입는다. 끝까지 다 안 해도 괜찮다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과정까지만 해도 되지 않겠는가.- 여러 말씀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귀한 손님들이 올 줄 어찌 알았는지 책방 앞 나뭇가지 위 까치들이 줄지어 환영했어요. 저도 손님들도 푸른 창공 속 구름 사이 걸어놓은 해먹((hammock)에 올라탄 듯 행복했습니다.

오늘도 박노해 시인의 <행복을 붙잡는 법>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행복을 붙잡는 법 - 박노해


우울한 기분으로 먹구름을 몰지 마라

체념한 걸음으로 지구 위를 끌지 마라

냉랭한 마음으로 눈보라를 일지 마라


좋은 이는 바로 가까이에서 걸어오고 있다

그가 지금 네 곁을 영원히 스쳐가고 있으니

행복을 붙잡는 법을 배워라


귀를 막고 걷지 마라

고개를 들어 앞을 보라

먼저 미소 띤 눈인사를 건네라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려보는

안목과 지성을 길러라

저 별들 사이를 걸어온 고유한 빛을

알아보는 내적 식별력을 길러라

타인의 시선에 반쯤 눈감아라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진실하라

상처받고 실망하는 걸 웃으며 견뎌내라

지금 이 지구에 단 둘이 마주 걷고 있다

오, 세상의 그 많은 사람과 조건이 다

배경에 불과한 순간이 지금이다


그가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다

번개같이 뛰어가 조우하라

좋은 이는 네 곁을 지나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독립출판사 <봄날의산책> 첫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