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7 무명 김남영시인의 시집 <어머니 그리고 편지>를 내며
작년 이맘때 쯤 군산시 말랭이문화마을 입주작가 공모가 있었다. 우연이 필연처럼 다가와 올 한해 정말 새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다람쥐 체바퀴처럼 늘 같은 일상을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쉽지않은 현실이다. 그런데 주된 경제활동터인 학원을 벗어나 한 발자국 떼어본 자리에 ‘글쓰기’가 있었다. 이는 책 출간으로 이어지고 어느새 사람들은 나보고 ‘작가’라고 불렀다. 이 자격으로 공모전에 참여하여 산말랭이에 동네책방을 열었으니 정말 ‘세상 알 수 없는 일’이 내게 생겼다.
새 터에서 새해 일출을 바라보며 새 마음으로 올해를 기획했다. 무엇을 어떻게 하면 모두가 즐거운 삶터가 될 수 있을까를. 특히 치열한 생계터를 벗어나 산위에 올라와서 그곳에 있는 작은 책방만 봐도 저절로 마음이 치유될 수 있도록 세평자리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춘삼월에 오픈한 책방은 생각보다 빨리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문화마을이라는 이름 속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과 SNS로 전해지는 소문, 그리고 책방을 자신의 또 하나의 방처럼 꾸며주는 지인들 덕분이었다. 월명산의 화려했던 벚꽃마당을 지나 녹음이 자지러지는 푸른 세상도 만났다. 겸손하게 문을 두드리는 구월의 소리를 들으며 비움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11월을 맞았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과 그들의 삶 그리고 사랑을 만났다. ‘책방답다’의 코드에 무엇을 담을까를 늘 고민했다. ‘책을 많이 팔아야 할까’를 앞에 두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 맘이 내 맘과 같아서 늘 고마웠다.
“여기 있으니 세상 시름 하나도 없네요. 좋으시겠어요. 책도 읽고 세상도 읽고요.”
바쁜 일상을 벗어나 신독하는 자세로 책방에 있을 때도 있지만 나는 천상 사람과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어떤 사람이 생각하면 그이에게 짧은 톡이라도 보내 안부를 묻는다. 또 어떤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궁금해서 검색하고 실천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그런 와중 정말 뜻 밖의 사람과 일을 만났다.
칠월 여름 장마철, 책방에서 보내는 아침편지를 받고 때론 정담어린 답장을 해주는 지인이 찾아왔다. 책방운영이 어떤지, 찾는 사람들은 많이 있는지, 혹시 앞으로 색다른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책방에서 할 수 있는 여러 모습-지역작가와의 만남, 말랭이골목잔치운영, 동시쓰기, 어린이그림책 읽어주기, 시낭송잔치, 시화엽서그리기 등-을 함께 보고 있는 분이기에 속마음을 더 편하게 얘기했다.
“이왕이면 출판사도 함께 해보시면 어때요?”
“출판사요? 그 분야는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모니카님은 알려면 얼마든지 알수 있잖아요. 문제는 실행력이죠. 잘 하실 것 같은데요.”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어서 출판관련 프로그램에서 귀동냥을 한 적이 있었지만 글쎄요.”
‘출판사‘라는 말은 그날 밤 나를 움직이게 했다. 무모한 용기와 도전이 신세계를 만들어준 예가 얼마나 많은가. 비상하고 특별한 사람만이 세상을 바꿔가는게 아니지 않은가. 나 스스로에게 칭찬과 격려를 쏟아부으며 ’해볼까?‘에서 ’해보자‘로 마음을 결정하는데 만 하루를 썼다.
동네책방 개인사업자로 사업자 등록증을 낸 지 4개월 만에 ’출판업‘ 종목을 추가했다. 등록증을 다시 발급 받고보니 우연히도 내 생일과 같은 날, 평생 잊지못할 사건하나 생겼구나 하며 웃었다. 출판에 ’출‘자로 모르는 맹탕의 첫 출발을 지인들에게 신고했다. 모두 기가 막혀했다.
“출판사를 열었다고요? 그 좁은 책방에 어디에 열었어요? 왜 그렇게 일을 벌려요. 너무 힘들잖아요. 그러다가 먹고 사는데 제일 중요한 학원 문 닫겠어요. 천천히 하시지 그러세요.”
지인들의 놀람속에 쏟아지는 말들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었다. 다행히도 그들의 걱정과 염려는 부정적인 멘트보다 긍정적인 격려와 칭찬이 훨씬 많았다.
“그럴줄 알았어요, 뭔가 또 일 하나 하겠구나 싶었는데 잘 하실 것 같아요. 책방에 출판이라, 정말 선생님과 잘 어울려요. 실천력 짱인 모니카의 출판작품이 기대돼요. 올해 안에 한 작품이라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 응원합니다.”
틈틈이 ’출판이란 무엇일까‘를 공부하던 중 인연 하나가 찾아왔다. 출판업 신고 한 달여 만이었다. 어릴 때부터 난청으로 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한 남자, 김남영씨. 자신이 쓴 글 몇 개가 있는데 간단히 출력해서 모음집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고령인 어머니에게 쓴 편지글과 여러 막 일을 하면서 그때그때의 감정을 써 놓은 거라고 했다.
그의 글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다. 나의 첫 출판물. 시집으로 만들어보자‘고 그에게 말했다. 책방을 하면서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지역작가들의 소통공간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하물며 출판으로 지역인들이 자기 얘기를 책으로 펼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마땅한 일이었다.
그가 써놓은 100여 편의 원고 중 어머니에 대한 마음과 자신의 삶을 대신할 수 있는 시들을 골랐다. 글쓴이와 몇 번의 만남을 통해 총 65편의 시로서 <어머니 그리고 편지>라는 제목을달고 시집 출판으로의 첫 출발을 알렸다. 한번 일을 기획하면 끝을 보려는 내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기특하다 할 느껴질 정도로 재밌게 일을 했다.
앞서 출간한 내 에세이 두 권을 맡아준 출판사대표와 끊임없이 상의했고 그의 완전한 도움속에서 독립출판사<봄날의 산책> 이름으로 첫 시집이 나왔다. 작가의 맘속 말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던가. 무려 50년이 넘었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힘든 삶에 대한 표현보다는 무작정 주저앉고, 눕고 싶고, 자고 싶은 따뜻한 온돌 같은 글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우스개로 이제는 ’출판사대표님‘이라고 부른다. 도대체 명함이 몇 개냐고 한다. 나는 아무런 할 일이 없을 때, 아이들만 키우는 전업주부 일때도 스스로 명함을 만들어 나눠주었다고 말한다. 다 별스럽다고 얘기할 만한데도 사람들은 신기하게 ’멋지다‘라고 말해준다.
독립출판사 대표로서 한 첫 번째 일, 김남영작가의 시집 <어머니 그리고 편지>에 대한 출간회를 앞두고 있다. 오늘도 첫 마음 그 떨림을 내 몸 곳곳에 심어놓는다. 모니카 잘했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