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8 박노해<어떤일이든>
“아침편지 1년 365일 기념, 축하해요.”글방수업 막내, 촬영감독이 케익을 주시네요. “계속 쓸거예요?”라고 묻는 지인들이 많군요. 겉으로는 글쎄요, 속으로는 ’당근‘이라고 답하죠, 전 그저 남보다 쬐끔 부지런히 하루하루 살았을뿐인데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오히려 양심이 움찔합니다. 심금을 울리는 시인들의 시로서 포장되어 발송되는 제 편지글이 오히려 본말이 전도되어 제가 칭찬을 받고 있으니까요. 다시 한번 대한민국 모든 시인들에게 존경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새로 태어난 날, 단지 아침편지 번호만 1년 365일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준 날. 특별하다고 생각하면 그저 귀한 또 하루의 시간일 뿐입니다. ’봄날의 산책’ 책방을 여는 한 여전히 아침편지를 쓸 것 같아요. 욕심을 조금 부리자면 편지로 인해 한 달에 책(시집) 한 권씩 사서 보는 즐거움에 초대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어느 책방(심지어 온라인으로라도)이라도 좋아요. 이제 또 다른 작업으로, 지난 365일간의 편지글을 정리해서 ‘말랭이 사계절 사진 에세이’를 책으로 만나볼 준비에 들어가요. 편지글만큼이나 정성을 들였던 부분이 바로 사진촬영이었어요. 일년동안 저의 아침편지에 글 소재가 되어준, 책방손님들, 말랭이마을사람들, 전국의 시인들, 사랑하는 지인들께 감사드려요. 매일매일 깨어나는 사람, 책 파는 사람 아닌 책 읽는 책방지기로 이끌어주셔서요. 다시 또 365계단 돌 머리앞에 섭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보니, 이제는 거친 돌이 아닌 모가 부드러운 돌계단이 보여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혼자 있는 사람의 어깨를 맞대며 함께 느끼고,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여럿이 내는 말소리를 잘 듣고 모아서 이치에 맞는 글로 풀어내는 글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오늘은 박노해시인의 <어떤일이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어떤 일이든 – 박노해
어떤 일이든
3년은 해야 감이 잡히고
10년은 해야 길이 보이고
30년은 해야 나만의 삶의 이야기가 나오죠
일터는 돈터이지만
내 인생의 꽃시절을 보내는
삶터이자 수행터이니까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건
성실함과 꾸준함이 필요해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모든 날들이 내 소중한 인생이니까요
이제야 잘해볼 수 있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젖은 눈으로 한번 웃는
생생한 나날이 와요
성숙한 가을이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