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4.17 이상국<국수가 먹고싶다>
대야장터는 오일장. 1일과 6일 열리죠. 어제같은 일요일엔 사람들 구경하는 재미도 한몫해요. 얼마전 말랭이마을 소개차 모 방송에서 얘기 몇 마디 했는데 출연료를 주더군요. 제가 땀 흘려 노력한 돈이 아니라 후다딱 써버려야 맘도 개운하죠. 당연히 마을 어른들과 쓰고 싶었어요. ’백숙잔치 벌려보자‘ 하시더군요. 대야장에 가면 살아있는 토종닭을 잡아준다고, 그 집닭이 좋다고 해서 갔어요. 함께 말랭이 글방 수업에 참여하는 촬영감독과의 장터 나들이. 마치 이쁜 딸과 수다떨며 다니듯 재미있었어요. 씨앗호떡, 김부각 등을 먹으며, ’장터미술관‘에 들러 전시된 그림도 보구요. 장터에 설치된 미술관이라.. 신선하고 품격있는 아이디어죠. 실컷 구경하고 닭집으로 갔는데, ’오마이 갓‘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바로 제 눈앞에서 ’구구구‘하던 수탉 세 마리가 꽁지 잡혀 들어가고... 전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어 젊은 감독님이 제 수발 다 들었답니다. 호떡 얻어먹은 죄로요^^ 닭을 들고 공방에 가니 고맙다고 파전에 막걸리를 주시더군요. 술도 못먹는 제가 막걸리 한잔을 쑤욱 마시며 글방수업이 매일 기다려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안주 삼았습니다. 하루가 지났으니, 제 맘에 있던 괴로움도 배고프다고 수선떨어요. 점심 백숙잔치가 궁금해지니 말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글방수업이 있는 날. 어머님들이 읽을 시로 아침 문을 열어요. 이상국 시인의 <국수가 먹고 싶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