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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Nov 01. 2023

사람은 참 안 변해?

변화 속에서 찾는 진짜 나에 관한 생각

사람은 참 안 변해,라는 말을 주변에서 듣는다. 좋은 쪽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만큼 한 사람의 기질과 성향이 바뀌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태생적으로나 자라면서 굳은 습성은 우리 삶과 함께 오래 지속된다. 하나를 보면 열이 보일 정도로.


하지만 모두 그럴까. 인간이 참, 어쩌다 저렇게 변했냐? 같은 사례도 있다. 이것도 나쁜 경우다. 돈맛을 봤거나, 출세에 눈이 멀었거나, 어떤 욕망에 지독히 사로잡힌 경우 말이다.


요즘 전직 국가대표 펜싱선수의 '사기 결혼' 뉴스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나 기발한 스토리조차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사기남(?)은 강화여중 시절 허언증은 있었지만 그리 눈에 띄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 시절 돈가스집 '뉴욕뉴욕'의 단골에서 '뉴욕 출생의 재벌 혼외자'로 둔갑하기까지, 무엇이 그를 상습 전과자인 희대의 빌런으로 만들었을까.      


   

낯선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나

     

나라는 사람은 어떨까. 세상은 내게 늘 낯선 곳이었다.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낯을 많이 가렸다. 두렵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세상을 조금씩 만났다. 때로 설레는 순간도 있었으나 모험보다는 안전이나 안정을 선호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어울리는 일에 서툴렀다. 왁자지껄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가능한 한 갈등이나 충돌을 꺼렸고, 곤란한 상황 앞에선 회피성향도 강했다.      


두메산골 고향집의 어느 날 모습, 지금쯤 가을이 완연하겠지.



그런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꽤나 변했다. 어쩌면 세상에 적응해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부서를 대표해 외부와 접촉하고 경쟁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상사들은 과감한 추진력과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그 결과는 승진이나 성과급, 다면 평가 등으로 나타났다.


자존심은 높고 지는 건 은근히 싫어한 나는 나름대로 힘껏 달렸다. 선두그룹은 아니었지만 평균 이상의 인정은 받은 것 같다. 내 MBTI를 I(아싸-내향형)가 아닌 E(인싸-외향형)로 생각한 사람이 있어 스스로도 놀라게 된다. 아주 소수는 한 때의 내 모습을 보고는 ‘알고 보니 투사형’으로도 기억할지 모르겠다.      



은퇴한 후 남은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은퇴한 후 예전의 나로 서서히 돌아가는 것 같다. 내게 맞는 옷, 진짜 내 모습을 찾은 듯한 그런 느낌이다. 다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혼자 있거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긴다. 외부 활동은 주로 강의와 자기 계발 취미에 집중한다. 대학에서 20대 Z세대 학생들과 만나는 게 즐겁지만, 사실은 강의를 준비하면서 자료를 정리하거나 글을 쓰는 시간이 더 재미있다. 하나씩 배우고 만들어가는 순간들에 나는 빠져든다.  


직장 생활 때의 경험은 때로 나를 밖으로 이끈다. 기획 업무를 오래 한 탓인지 뭔가 일을 꾸미고 계획하는 게 몸에 밴 것 같다. 종종 만날 '껀수'를 작당하고, 먼저 연락을 돌리거나 톡방을 가동한다. 물론 예전에 비해 횟수나 빈도는 현저히 줄었다. 현직 때라면 어느 정도 넓게 교류해야 하겠지만, 지금은 결이 맞는 소수의 인생 친구들과 만난다. 일이나 업무가 아니라 일상과 삶을 이야기하는, 그런 자리가 좋다.



변화 속에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사람은 변한다. 좋게든 나쁘게든 변하게 마련이다. 돌덩어리가 아닌데 고정된 형태의 내가 가능할까. 다만 누구에게나 겉모습 안 깊은 곳에 진짜 알맹이 같은 부분이 있다. 그 사람의 본질이나 정체성 같은 것, 우리가 어떤 사람을 떠올렸을 때, 순간적으로 또는 여운처럼 남는 이미지 말이다. 이 또한 고정된 것 같지만 조금씩은 변할 수 있다.


변화 속에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오늘도 우리 모두에게 설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 대문 사진은 서대문구 안산의 가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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