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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an 21. 2024

일을 벗어난 후 찾아온 놀라운 변화

은퇴 후 많은 부분에서 삶과 일상이 리셋됐다.

여러 가지 내게 일어난 변화 중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이런 것이다.     


안 읽은 책 다시 보기 – 구석에 꽂힌 시집, 소설

안 입던 옷 입어 보기 – 무채색 말고 컬러풀한 옷과 양말, 머플러 등등.

    

더 중요한 것은

그간 안 하거나 못해본 일 해보기.

2달에 한번 정도 파마,

'나 홀로 남자' 필라테스가 거의 1년째, 같은...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에서 강의 듣고 배우기는 요즘 가장 큰 일과다.

지난해 참여한 것 중엔

그림 그리기(어반스케치), 시감상, 미식 인문학, 중동 이슬람 공부가 기억에 남는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사람 만나는 일.

은퇴 후에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일 중 하나다.

즐겨 찾는 전화번호와 주소록이 대폭, 극적일 정도로 바뀐다.

특히 일과 업무 중심이던 연락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진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사귀는 건 어렵다.

특히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은 더 그런 것 같다.

일 중심이던 예전 관계가 지속되기 쉬운 탓일 것이다.

업무로 만난 사이라도 인간적 교감까지 나눈 경우는 극히 소수다.     




은퇴한 후 노모가 계신 고향에 종종 내려간다.

오랫동안 거의 못 만난 학창 시절 친구들, 하나둘 만나는 횟수가 늘어난다.

역시 학교 때 친구가 진짜라는 게 느껴진다.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언제 만나도 좋으니까.     


은퇴 후에 인기 있는 사람은

단연 ‘밥 사고 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말도 실감 난다.     


하지만 이 또한 옛말이 되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사람 만나는 일도 귀찮고 스트레스가 된다.

밥 산다고 아무나 만나지도 않는다.

꼴 보기 싫으면 돈을 준다고 해도 노땡큐.

심지어 전화번호나 톡방의 ‘차단’을 누르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양창순은

지나간 일의 무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인간관계에서 가지치기를 하라고 조언한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그러면서 “인간관계는 100점이 아니라 50점이 만점”이라고 말한다.  

인간관계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제 결이 만나는 사람과의 만남에 집중하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시간을 쓰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아닌 사람을 꼽아보는 게 빠를지도 모르겠다.

1) 무례한 사람 – 타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없는 사람. 빌런의 대명사.

2) 말 많은 사람 – 자기중심, 센스와 배려 부족으로 시간을 독점한다.

3) 가벼운 사람 – 늘 바쁘다. 인생에 대한 태도의 문제, 삶과 비즈니스를 혼동한다.

4) 과하게 정치적인 사람 – 정신 건강을 생각한다면 당장 끊는 게 상책이다.     


인연은 귀하다.

하지만 '시절 인연'도 많은 법이다.

인간관계에서 옥석을 구분하고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뭔지를 생각하자.

이제 누군가에게 끌려가던 시절은 지났다.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

소중한 내 인생은 이제부터 내가 결정한다.







Life is a journey.



*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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