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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Nov 08. 2024

글쓰기와 출판이 다른 점 3가지

글 쓰는 사람이 궁금한 '책 출간과 출판사' 이야기

출판 세상을 경험하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K컬처, 삶을 말하다』란 제목의 책으로 11월 7일 출간됐다. 부족한 글이 모여 하나의 책으로 묶여 나오는 과정을 경험하며 보람을 느낀다. 글 쓰는 사람이라면 같은 심정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출판이 글쓰기와는 많이 다르고 힘든 일이라는 걸 절감했다.


한 달 전쯤에 김흥식의 『출판사 하고 싶을 때 읽는 책』(2021)을 읽었다. 우연히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됐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금방 읽었다. 그간 단편적으로 들은 내용이 퍼즐처럼 맞춰지면서 출판이라는 큰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특히 글쓰기와는 다른 출판의 산업 논리와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이해됐다.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되면서 글 쓰는 이웃 작가와 나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 출판의 주요 포인트와 개인적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묶어 3가지로 정리한다.



(1) 출판은 돈이 핵심, 정신을 물질에 담는다


글쓰기는 문학이고 출판은 산업이다. 글을 읽는 독서가 문화적 행위라면, 책을 펴내는 출판은 자본과 마케팅이 중심이다. 정부나 정책 측면에서 보면 문학은 창작의 영역으로 예술 진흥 부서에서 담당한다. 출판과 독서는 유통과 소비의 영역으로 문화산업과 미디어 업무에 속한다. 서로 가깝게 연결되지만 돌아가는 논리는 사뭇 다르다.


출판은 인류의 지적 자산을 기록하고 남기는 역할을 담당한다. 때로 ‘문명의 기록자이자 전달자’라고 불린다. 여느 분야와는 다르게 출판계에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판을 가능하게 하는 건 ‘돈’이다. 인류의 정신을 ‘물질’에 담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종이가 필요하고 인쇄와 제본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적으로 유통과 소비의 단계에서 독자의 손에 전달된다. 당연히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모든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이 과정을 모르면 출판을 이해하지 못한 셈이다.


 

(2) 작가와 출판사, ‘좋은 원고’가 다르다


작가가 출판사에 갖는 불만 섞인 궁금증의 하나가 원고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 투고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출판 과정의 고단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원하는 대로 책을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험한 일인지 실감한다. 숱한 ‘마상(마음의 상처)’를 입고 실의와 좌절에 빠지는 일이 흔하다.


우리가 쓰는 글과 책으로 나오는 글은 같은 듯 다르다. 아마추어와 프로가 다른 점이 무엇일까.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아마추어는 자기 글을 쓰고 프로는 독자를 위해 쓴다. 아마추어는 자신이 좋아서 뭔가를 하지만, 프로는 자기가 싫어도 고객이 원하면 한다. 출판사는 독자가 원하는 글을 내려고 하고, 그에 맞는 프로를 찾는다. 물론 꼭 필요하고 남겨야 하는 책도 출간하지만, 그만큼 사명감을 갖고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출판사는 고유한 관점과 창의적 사고가 들어간 글을 선호한다. 글의 재료는 크게 두 가지로 1) 지식과 정보 2)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다. 이제 지식과 정보는 넘친다. 단순한 수집, 분석, 종합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자신만의 획기적 차별점이 제시돼야 한다.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는 좀 더 특별하다. 다만 기존의 사례와 얼마나 차별화되는지, 참신한 내용과 메시지를 담았는지가 관건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들어오는 투고 중에서 출판사가 원하는 건 이런 원고다. 달라야 어필한다. 투고한 100개의 출판사에서 거절됐다면 100명의 독자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글을 쓰고 투고한 사람 입장에선 뼈 때리는 말이다.



(3) 저자 인세가 10%에 불과(?)한 이유


작가가 출판사에 가진 불만 중에 인세를 빼놓을 수 없다. 책 값의 10%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낮거나 아예 인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자비 출판도 있다. 출간 자체에 상당한 돈이 들고 출판산업이 갈수록 불황인 탓이다. 어렵더라도 현실적인 조건에 맞춰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책 한 권이 나오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글쓰기부터 책의 제작, 편집, 마케팅과 서점 유통까지 단계가 복잡하다. 책 한 권의 경제학,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도서 정가 10,000원(100%) = 실 제작비 30%, 서점과 유통 35%, 출판사 25%, 저자 인세 10%


서점이나 유통비용이 과다해 보인다. 출판사로서는 불만일 수 있다. 출판사 몫에는 인건비, 사무실 비용, 디자인과 마케팅 경비...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서점도 할 말이 있다. 목 좋은 넓은 건물의 임차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모두 종합하면 확실히 출판은 돈을 빼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산업이다. 저자 인세는 어떨까. 따지고 보면 모두가 불만인 것 같다.



창작, 독서, 출판의 생태계가 선순환해야


문학과 독서, 서점과 도서관은 한 나라의 지적 자산과 문화 자본의 뿌리를 이룬다. 책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생태계는 기초예술에서 문화산업까지 실핏줄처럼 형성돼 있다. 한 권의 작은 책이라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한강 작가가 보여준 놀라운 감동과 영향력을 지금 바로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한 달이 다 됐지만 여전히 기적 같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컬처의 인기와 위력이 이어지고 있다. K팝, 영화, 드라마의 대중문화에서 음식, 뷰티, 관광 같은 생활 문화를 거쳐 이제 문학, 클래식의 기초예술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렇게 K컬처가 부상하는 데는 대한민국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동적인 삶과 이야기가 바탕이 됐다. 한국 문학이 세계로 발돋움하는 데는 수많은 예비작가와 독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도 일상의 경험에서 소설이나 여행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 세상이 펼쳐지는 브런치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다.


지금 소소한 글쓰기가 작가의 꿈을 키우고 책 출간까지 이어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 글이 출판과 출판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모든 브런치 독자들의 건승, 건필을 기원하며 응원을 보낸다.


 



[신간 소개] 『K컬처, 삶을 말하다』


세계를 사로잡은 K컬처의 성공비결을 우리 삶의 7가지 성장 노하우에 담았습니다. 전문서가 아니라 자기 계발서 성격의 교양서입니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보기 편하게 정리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지금 이 순간 지구촌을 K팝 중독에 빠지게 한 로제의 노래 <아파트>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K컬처의 매력 속으로 초대합니다. 이제 우리가 그 성공의 파도에 올라탈 차례입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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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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