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청예, <오렌지와 빵칼>

by Kang Ha

“멋지고 건강한 세계. 앞으로 비상하는 세계. 멍청한 나의 옷깃을 꽉 쥐고 절대 추락시키지 않으려는 세계. 그래서 나를 망쳐온 것들.”


전화는 당신의 다소 극적인 웃음으로 끝날 때도, 흥칫뿡 하는 토라짐으로 끝날 때도 있다. 어느 쪽이 든 간에 남겨진 대부분의 나는 침울해져 간다. 때로는 나지막이 욕을 내뱉기도 한다. 한참을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다가, 더 이상 치고 올라올 바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스스로를 건져 올리기 위한 주문을 왼다.


나는 떠날 수 있다. 리터럴리 내 육신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참지 않을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사랑도 버리고 도망칠 것이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만 참는 거야.


예전에 <사랑의 이해>를 읽고, ‘자신이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썼다. 사랑만이 아니다. 여러모로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혹은 참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왜 참고 있는 것일까. 정말로 그때가 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을까. 사실 그런 순간은 영영 오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진 않은가.





꽤나 위험한 소설이다. 빨간약에 혀를 살짝 데었다 뗀 것만 같은. 상처를 더러운 손으로 벌리고 헤집어 놓고는 이야기가 끝나버리는데, 그나마 작가의 말이 어지러운 마음을 수습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의외로


새해에 읽기 좋은 이야기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면서 새로운 내일을 기대해선 안된다고. 에서 그 어제를 헐어버리는 데 도움이 된다. 알다시피 시작이 반이다(?)


“솔직하지 못해서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 한 번도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꺼낸 적이 없었다.”


”끝으로, 당신이 조금 덜 도덕적이어도 나는 당신을 좋아할 수 있다. 이해할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인간이니까. 그러니 타인을 마주하는 일에 괴로움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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