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by 은호

이 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컨디션이 좋다. 무슨 뜻인고 하니-


책상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두달 정도 적당히 묵힌 볶은 원두를 갈아 내린 커피를 준비해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평화로울 때엔 음악을 들어야지.


태블릿으로 음악을 틀어 본다. 묵직한 치즈 같은 느낌의 음색으로 부르는 진한 노랫소리의 가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음악을 하나 더 튼다. 오래된 재즈 풍의 노랫소리. 하나 더. 드라마를 틀어 본다. 요즘에 보고 있는 재미있는 드라마. 좋아하는 배우와 흥미로운 주제가 함께하니 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이래도 괜찮군.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좋아. 그럼 오디오북을 하나 틀어본다. 이 정도면 괜찮군. 모든 소리와 정보를 나눠서 처리가 가능한 것을 보니 오늘은 컨디션이 좋다.


노트를 꺼내어 적으려고 생각해 두었던 주제에 맞춰 글을 써본다. 오른쪽 약간 앞에는 거치대를 펼쳐 요즘 읽고 있는 책을 올려놓았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의 이야기. 그렇지만 알고 있다는 것과 그것을 체화하는 것은 다르니. 한 자 한 자 천천히 읽어볼 시간이라 싶었다. 마지막으로 이북을 하나 열어둔다. 이북은 내가 읽는 속도에 맞춰 세팅해 놓으면 페이지터너가 작동하니 그 점이 좋다.


옆에는 조금 전에 그려 놓은 것이 마르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것은 완전히 마르는 데 일주일은 걸리는 것이라, 속건성 장비를 특별히 사용하지 않는 한 오랜 시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이 날은 컨디션이 좋았다.


모든 정보를 열었는데, 충분히 처리가 된다. 최근에 피곤하고 지쳤던 일들이 많았다 보니 그 차이가 더욱 실감이 난다. 공부할 거리 하나를 찾아 강의 같은 것을 하나 더 들어볼까 하는데, 요즘 공부하고 있는 것의 이번 주 분량은 지난 주에 다 공부해 둬서 더 이상 나아갈 진도가 없다. 드라마 한 편이나, 책 한 권을 더 소리로 열어두고 싶은데, 노트북이나 태블릿이 모자라군.


-이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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