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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by 조융한삶




계단을 밟았다

아래로 가야 했지만

내 발로 향할 수는 없었다


떨어짐의 반작용

한 계단 한 계단 위로 올랐다


날고 싶어 새를 먹었지만

왜인지 날개는 돋지 않았다


공중의 기억

퇴화의 잔해


새까만 날개뼈를

문지를 뿐이었다


녀석은 왜 항상 높은 곳에만 떠 있는지

구름의 두개골이 깨졌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다


허공에 목을 매면 목이 메일테니

소나기나 한 잔 준비해 줘


날개가 있었다면

투신은 불가하다


출발의 밑바닥

추한, 추락



추락(醜落), 조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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