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의 뒷모습은
거대한 벽 같았다
말없이 걷는 벽을 따라
작은 발이
쉴 틈 없이 따라붙던 시절
두 팔로 하루를 안고
어깨엔 계절이
벽에는 무거운 삶이
묵묵히 드리워져 있었다
오늘따라
그 벽이
낯설게 작아 보였다
조금 구부러진 허리
조심스레 짚는 발
바람에 흔들리는
얇은 옷깃까지도
나는 몰랐다
그 틈 사이로
시간이 그렇게
흘러왔다는 걸
나는 자라고
그는 작아졌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 벽을 불렀다
“아버지, 같이 가요”
그 말에
그가 처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세상이 잠시
멈춘 듯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 벽을 다 넘지 못한 듯 하다
번외편.
같이 가요
지은이. Liar
항상
나보다 앞서가던 사람에게
처음
같이 가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