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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일까? Large일까?

왜 우리는 ‘Big’이 아니라 ‘Large’ 사이즈 음료를 주문할까?

by 강이고저

우리가 음료를 주문할 때 왜 'Big'이 아니라 항상 'Large' 사이즈를 선택할까요?


사실 Big과 Large는 둘 다 '크다'라는 뜻입니다. 큰 도시는 'a large town', 큰 공장은 'a large factory', 가장 큰 클립 상자는 'the largest box of paper clips'라고 합니다. 하지만 두 단어는 실제로 항상 서로 바꿔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Big'과 'Large'는 서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Large'는 좀 더 격식 있고 딱딱한 느낌이 들고, 'Big'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더 친근하고 자연스럽습니다. "Look at that large doggie!" 나 "I have a large present for you!" 라고 하면 어색하겠죠. 반대로 아이에게 "What a large boy you are!"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들립니다. 'Big'이라는 말은 단순히 크기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성장이나 성숙과 같은 의미까지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You're a big boy!"라고 하면 크기뿐 아니라 뭔가를 잘 해냈다는 뜻으로도 쓰이곤 하죠.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비슷한 단어들을 조금씩 다른 맥락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결국 단어의 의미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사용하는 습관에 따라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big toe', 'big deal', 'big spender', 'big mistake', 'think big' 같은 표현들은 'large'로 바꾸면 어색해집니다. 이런 표현들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음료나 피자를 주문할 때도 'a big Coke'가 아니라 'a large Coke'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습관들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사실 이런 언어적 습관들은 세대를 거쳐 천천히 형성됩니다. 영어에서 'big'과 'large'는 상대적으로 늦게 등장한 단어들입니다. 13세기 이전의 고대 영어에서는 크기를 나타내는 말로 주로 'great'나 'mickle'을 썼습니다. 'Mickle'은 오늘날 'much'가 되었고, 'great'은 여전히 크기를 나타내지만 주로 '훌륭하다'는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Great Britain', 'the Great Lakes'와 같은 표현에서 아직 그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Big'과 'Large'는 의미가 비슷하지만, 출발점은 조금 달랐습니다. 'Big'의 어원은 스칸디나비아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며, 처음에는 힘과 권력을 나타내는 단어였습니다. 전쟁에서 'full bigge'라고 하면 용감하다는 의미였죠. 반면 'Large'는 프랑스어에서 왔으며, 처음에는 '넓음(expansiveness)', '관대함(generosity)', '자유(freedom)'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largesse(후한 기부)'나 'at large(자유롭게)'와 같은 표현에서 아직도 그런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쳐, 'Big'은 여전히 힘, 중요성, 감정적 강도를 표현하는 데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big boss', 'big mistake', 'big love affair'처럼 중요하거나 감정적인 표현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반면 'large'는 크기나 넓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 특히 피자, 음료, 옷처럼 소비재의 크기를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이런 습관은 18~19세기에 대량생산과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더욱 굳어졌습니다. 물건이 소형(small), 중형(medium), 대형(large)으로 구분되는 것이 흔해졌고, 이런 습관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습관이 영원히 고정된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small, medium, large 대신 tall, grande, venti라는 새로운 크기 기준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언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계속 변하고 진화합니다. 중요한 것은 익숙함입니다. 지금은 'large Coke'가 자연스럽지만, 언젠가 사람들의 언어 습관이 바뀐다면 'big Coke'도 충분히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언어는 늘 살아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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