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가격

by 김도현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다. 차나 집 같은 것에 마음을 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만년필만큼은 달랐다. 이것저것 모으곤 했지만,

고등학생 시절엔 십만 원이 넘는 만년필을 사본 적이 없었다.


찢어지게 가난하진 않았지만 통신비와 급식비는 내 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로라라는 만년필 회사의 한정판, ‘북극해’를 보았다.


하얗게 빛을 발하는 순백의 배럴과 고풍스럽게 빛을 먹는 먹빛 링이 맞물린 그 조합이 너무 아름다워서,

만약 그것이 눈앞에 있었다면 나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고 말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만큼 갖고 싶었다. 가격은 백만 원에 달했다. 며칠을 밤새 고민한 끝에 나는 결국 마음을 정했다.

급식비를 포기하고, 전화를 포기해서라도 손에 넣겠다고.

그렇게 사이트에 들어갔지만 그것이 내 눈에만 아름다울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완판되었고, 그것은 이제 돈이 있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내 등에 어머니의 손바닥 자국을 새기더라도, 그때 내 손에 쥐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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