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어머니는 문을 열고 뛰쳐나와 둘째의 손을 잡았다.
그의 화상이 투박하지만 꼼꼼하게 처치되어 있는 것을 보며 어머니는 생각했다.
"애 아빠가 애들한테 관심없는 척 해도 막상 다치니까 잘 챙겨주네..."
어머니는 직원을 없는 사람 취급한게 마음에 걸리는 듯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항상 우리 애 태워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직원은 인사를 하고 차로 돌아가며 담배를 깊이 빨았다.
"저렇게 예쁜 와이프를 두고 어떻게 바람을 피냐..."
직원은 화단에 담배를 튕기고 차에 탔다.
직원을 보내고 둘째는 자신을 끌어안은 어머니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것을 보고
급히 세탁실로가 자신의 옷을 빨래 바구니에 넣고 휘저었다.
역시 어머니는 소파에 앉으려다 그를 불렀다.
"아들, 일로와봐"
어머니는 어느 새 새 옷을 꺼내입은 아들의 냄새를 꼼꼼히 맡았고는 인상을 찌부렸다.
"누가 옆에서 담배폈니?"
둘째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직원의 차를 가리켰다.
어머니가 화난 얼굴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것을 뒤로한채,
둘째는 책장에서 두꺼운 책 세 권을 꺼내 소파에 올려놓고, 그중 제일 큰 책을 펼쳤다.
텀블러에 물을 가득 담은 첫째는 그 모습을 보며 짜증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어느 새 저녁이 되자 어머니는 밥 먹으라며 남매를 식탁으로 불렀다.
둘째는 벌써 식탁에 수저를 놓고 있었다.
식탁의 중앙에는 가장 좋아하는 소시지가 있었기에 첫째는 덩실덩실 춤을 추며 식탁에 앉았다.
세 명이 식탁에 둘러 앉아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둘째는 밥과 소시지를 마시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소시지의 절반이 사라지자 첫째는 비명을 질렀다.
"야!"
어머니 역시 소리쳤다.
"어디서 소리를 지르노!"
"얘가 혼자 다 처먹잖아요 지금!"
"처먹어? 너 그런말 어디서 배웠어!"
첫째는 입을 다물었다. 저작근을 멈춘 둘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어머니는 소시지 두 알을 둘째의 밥숟갈 위에 올려주며 "천천히 먹어"라고 말했다.
첫째는 둘째를 노려보다 자리를 박차고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다시 밥을 먹는 둘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 뒤, 어머니는 둘째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는 어떤 검사를 받았지만, 검사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의사들이 불러도 책장에 수북히 꽃힌 책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의사들은 어머니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그는 불러도 앞만 바라보는 어머니의 옆모습을 보면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신병원에 다녀온지 일주일 뒤 부터 그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말을 시작한 그는, 배우는 과정이라기보다 이미 완성된 보관함을 처음으로 열어낸 것처럼 보였다.
어머니는 학부모 모임에 갈때마다
의사들의 무능함을 씹어댔다.
그와 동시에 학습지와 학원에 아들을 등록시켰다.
첫째는 둘째의 선생님을 보며 "처음 뵙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이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