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든 내

4화

by 김도현

10시가 되어도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아줌마는 둘째를 말없이 작은 방으로 데려갔다.


“잘 자라.”

아줌마는 이 한마디만 남기고 불을 껐지만, 그는 발소리가 멀어지자 다시 불을 켰다.


다음날 아침, 돈키호테를 펼친 채 침을 흘리며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등을 누군가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아버지의 부하직원이었다.

"도련님, 일어나야지요"


담배연기는 어느새 사람들과 함께 사라졌고, 텅 빈 무대와 테이블이 그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구석에서 청소를 지휘하는 아줌마에게 해맑게 손을 흔들었고,

아줌마는 그 모습을 보며 담배연기를 세차게 내뿜었다.


직원은 그를 차에 태우기 전, 꼼꼼히 페브리즈를 뿌렸다.

그의 외투는 벗겨서 운전석에 걸어놓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 과정이 끝나자 직원은 아이나비에 집주소를 입력하며 차를 몰았다.

패밀리마트가 보이자 직원은 속도를 줄였다.

"도련님?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초코?"


직원은 순식간에 그의 손에 초코 아이스크림을 쥐어줬다.

그리고는 혼잣말 비슷한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하... 진짜 퇴직하고 싶다. 무슨 명절에 사람을 이리 부르냐."

"네 잘못이 아닌 건 아는데 진짜 돌아버리겠다 야."

"이번에 사장 놈 새로 들어온 경리랑..."


백미러로 제 입술을 차분히 응시하고 있는 그를 보고 직원은 닭살이 돋았다.


"도련님? 혹시 다 알아들으셨어요?"

대답이 없자 직원은 차를 세우고 직접 뒤를 돌아봤다.


그는 초코 아이스크림을 입에 잔뜩 묻히고 있었다.


"야, 진짜 놀랐잖아. 흘리면 안 된다? 이거 새 차야."

직원은 물티슈를 꺼내 그의 입가를 쓱쓱 닦고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는 조잘거리는 직원을 곁눈질하며 조심스레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아파트 앞에 도착하자 직원은 냄새부터 맡았다.

외투는 냄새가 거의 빠졌지만, 내내 시트에 붙어있던 등에서는 퀴퀴한 담배 냄새가 올라왔다.


"하..."

직원은 욕설을 간신히 참아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직원이 눈을 뜨자, 1층 베란다에서 커피를 마시는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토, 일 연재
이전 03화자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