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하면 와이키키 해변의 푸른 바다나 달콤한 허니문이 떠오르지만,
나에게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하와이의 ‘매운맛’이었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곳에서 우리와 하와이의 아름답지 못한 시작을 떠올렸다.
‘천국 아래 999계단’이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천상의 자연을 가졌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제국 말 살기 위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나야 했던 이민자들의 고된 삶이 서려 있다.
그 역사를 떠올리고 나니, 이번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분들이 여느 때와 달리 보였다.
대부분 이민 20년 차가 넘은 베테랑들이었다.
지금은 평온해 보였지만, 그 얼굴 뒤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버텼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국에서 소수자로 살아본 시간 때문인지,
그들의 얼굴 위로 낯선 땅에서 버티던 내 초반이 겹쳐 보였다.
매일 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던 날들, 괜히 더 밝게 웃어야 했던 순간들.
그때의 나는 내 코가 석 자라 남의 아픔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다시 익숙한 다수 속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그들의 얼굴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는 몰랐던 감정이 이제야 조금 이해된다.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서야, 다른 얼굴이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