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접속하기

지금껏 미뤄둔 이유

by 초이

2023년도는 나에게 정말 지독한 한 해였다. 그 모든 걸 끊어내려고 퇴사라는 결정을 했다가 2024년 1월에는 한번 더 잘해볼 요량으로 퇴사를 번복했다. 그 과정에서 나의 소회를 인스타그램에 남겼었는데 누군가가 브런치 작가등록을 권유했다. 다들 판매에 열심인 인스타그램을 떠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 마음먹고 접속을 하면 메인에 떠있는 제목부터 흥미진진한 글들이 어찌나 많던지, 많은 종류의 이별과 좌절을 적어놓은 글들을 보면 브런치에 남겨보고자 했던 나의 힘듦이 어린아이 생떼 수준이라 느껴지면서 매번 글쓰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게 미루다가 내가 괜히 퇴사 번복을 했다 싶었던 날에 '오늘은 브런치에 들어가서 다른 글 안 보고 작가신청만 하고 나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 남겼던 글들을 복사해서 붙여 넣어 신청을 완료하고 잽싸게 브런치를 닫고 나와 네이버에 '브런치 작가등록'을 검색하니 몇 차례 떨어졌다는 후기와 한 번에 등록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정식 문인으로 등단하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 플랫폼에 글 좀 쓰겠다는데 작가신청 결심까지 하고 후기를 찾아보는 내가 웃기면서도 뭔가 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아 조금 놀라웠다.


그런데 '작가'가 되고 나니 그에 걸맞은 양질의 글을 써야 할 거 같고 그동안 내가 인스타에 써재낀 수준으로는 이곳에 쓰면 안 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해서 통과한 브런치인데 아무 글이나 남길 수 없다면서.. 그렇게 미뤄둔 게 9개월이 지났다. 나는 그 사이에 가벼운 에세이들을 몇 권 읽었는데 '이 정도 에피소드는 나도 있는데? 나도 쓰겠다.' 마음이 들었다가 어느 날 깨달았다. 그들은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해서 끝까지 썼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브런치 프로필을 설정해야 하는데 소개글에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했다. 한참을 고민해도 딱히 마음에 드는 글을 적을 수 없어서 다음에 할까 싶었지만 소개글에 걸려 넘어져 또 몇 달을 미룰까 싶어 급히 사두사미의 삶이라고 적었다. 용두사미가 아닌 사두사미. 용의 머리쯤 되는 대단한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나에게 무엇이든 시작해서 마무리해 보라는 의미인데 우선은 시작했으니 지렁이 꼬리라도 만들어 보려는 마음이다. 그렇게 또 하다 보면 뱀인지 용인지 다른 무언가의 꼬리가 되어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