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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lySocks Mar 01. 2016

How music got free

mp3와 음악산업의 파괴, 해적음원과 저작권의 싸움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문화산업의 역사는 그 스스로의 역사 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참 흥미진진합니다.


제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을 지배하는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음악, 그 중에서도 대중음악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80년대 초반 국민학생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팝 열풍으로부터 하드록, 헤비메틀에 이어 얼터너티브에 이르는 장르와 레파토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문화의 씨앗은 한 사람에게 참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80~90년대의 공연윤리심의위원회의 음반 검열과 금지곡은 저를 분노하게 했고, 이는 제가 지금도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에 개인적으로 천착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음악의 역사, 특히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루는 책, 특히 미국 본토에서의 도도한 음악산업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늘 가슴뛰게 합니다. 얼마 전에 Gareth Murphy씨의 "Cowboys and Indies"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은 소리를 기록하는 장치의 탄생부터 수 많은 역사의 순간을 지나 Lady Gaga에 이르는 세 세기에 걸친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룬 책입니다. Kindle과 Audible의 조합으로 읽었지만, 언젠가 하드카피로도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고, 너무 재미있던 나머지 책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 연락을 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Amazon의 빅데이터(?) 기법에 따른 책 추천 서비스에 홀랑 넘어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How Music Got Free by Stephen Witt


이 책은 독일의 국책기술연구소에서 시작된 음향공학 연구자들의 노력과 음향 압축포맷으로서의 mp3의 실패와 극적인 반전과 대성공, 미국의 대형 음악산업의 최고경영자의 성공담, 해적음원에 집착하는 온라인 해커그룹에 가담하게 된 폴리그램 CD공장의 한 직원의 경험담, P2P공유플랫폼의 발전과 이를 단속하려는 FBI와 음반산업협회의 싸움...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의 흥미로운 시대변화를 기록한 글입니다. 


독일의 한 연구소의 음향공학 연구실에서는 90년대 이전부터 인간의 청력은 사실 불완전하고, 청각이 인지할 수 없는 주파수영역이나 이벤트 (예를 들어 동일한 파장을 가진 음원을 다른 대역으로 동시에 들려주는 경우, 큰 파장 직후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 등)가 상시적으로 존재하며, 이러한 음원 데이터를 가공/삭제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음원 압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음원 압축기술을 연구하게 됩니다. 주인공인 연구자들은 CD의 용량의 1/12로 압축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연구를 계속하게 되며, 결국 MPEG (the Moving Pictue Experts Group)의 후원(?) 하에 mp3 포맷의 압축기술을 개발하게 됩니다. 그러나 음원압축기술 경연 등에서 MPEG의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Philips의 후원을 받은 mp2 포맷에 매번 패배하게 되고 결국 국책연구소에서는 국민의 세금을 탕진한 결실 없는 프로젝트로 버려지게 됩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제작한 초기 mp3 추출 및 재생 소프트웨어가 온라인에서 불법음원을 유출하는 해커들에 의하여 급격히 대중화되면서, mp3은 디지털 음원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엄청난 사용자를 확보하게 되고, 이는 전 세계 음반산업을 뒤흔드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극중에서 연구원을 찾아온 스트리밍서비스를 꿈꾸던 어느 사업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Damn, do you understand what you guys just done?  You've just killed the music industry!"


Warner Music의 경영자로서 80년대부터 엄청난 히트 제조기들을 발굴하여 성공적인 경영을 해 오던 Doug Morris씨는 90년대 초반부터 갱스터랩 인디레이블 및 래퍼들 (2Pac, Snoop Dogg, Dr. Dre 등)을 발굴하면서 엄청난 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의 폭력적이고 저속한 가사와 실제 살인사건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데, 당시 부시 정권의 보수적인 정치인들의 압박에 굴하지 않던 그는 마침내 해고되고야 맙니다. 그러나 그는 바로 Universal의 CEO로 취임하게 되고, 2010년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mp3을 통한 해적음원의 공유, CD매체를 통한 매출의 급락 등의 문제는 전 세계 음반 산업의 엄청난 불황을 가져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만의 직관적인 능력에 의한 계속적인 성공을 통하여 Universal을 치최고의 거대 음반산업 공룡으로 키워냅니다. 그 과정에서 RIAA(음반산업협회)를 통한 해커들과의 전쟁도 계속됩니다. 


북캐롤라이나 주 어느 시골에 살던 고졸 노동자 Glover씨는 폴리그램 레코드사의 CD생산공장의 시간제 근로자이자 오토바이, 총, SUV에 번쩍번쩍한 휠과 헤드라이트를 갈아끼우는 취미를 가진 순박한 양카(ㅋㅋ) 젊은이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공장에서 미출시된 CD를 미리 빼내어 유출하는 것에 재미를 들이게 되고, 해커 공유그룹에 가담하여 유출 음원을 공유하고 대신 불법 영화파일 등 자료를 받아 CD로 구워서 길거리에서 파는 부업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P2P, 토렌트 등의 문제가 가시화되고 FBI와 음반회사의 사설 탐정들은 Glover씨가 속한 RNS 그룹의 목을 조여 오게 되는데...


이 책은 약 20여년에 걸친 사회의 변화와 그 랜드마크 이벤트들을 마치 한편의 시리즈 미드물처럼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 세 가지 이야기를 축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독자의 관심을 계속 끌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섣불리 그 주인공들 누구에게도 도덕적인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지는 않습니다. 

저자를 포함한, 그리고 젊은 날의 저를 포함하여 인터넷에서 불법 음원을 받아 이용한 사람들 개개인은 그 누구도 산업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가져오는 중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불법적인 음원 사전 유출 및 ripping, 공유를 조직적으로  저지른 자들도 금전적인 수입보다는 자기과시욕, 치기, 명예욕, 기성 사회구조에 대한 반감 등을 그 동기로 하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검거되더라도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방면되거나 가석방 정도로 그 죄값을 치루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범죄가 가져온 댓가는 혹독했음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전세계 음반시장은 엄청난 규모로 축소되었고, 일부 성공한 음악가를 제외한 나머지 음악 생태계는 말라죽다 시피 하거나 아니면 대형 기획사 기업화 되었습니다. 타워레코드까지 갈 것도 없이 길거리 CD가게는 모두 폐업하였지요.


그런데, 과연 이러한 생태계 변화의 책임을 모두 압축기술 발전과 불법 파일추출 및 공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 정당할까요? 저자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디지털음원 압축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었고, 반대로 생각해보면 원가가 1달러도 안되는 CD로 18불의 폭리를 취한 음반산업이 애당초 왜곡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수의 해커그룹을 단속하여 잡아넣더라도 새로운 해커그룹과 불법음원의 이용자는 끊임없이 생겨납니다. Morris할배가 말했던 것처럼, 80년대 초반에 카세트 더블데크가 상용화되어 복제 카세트가 엄청나게 유통될 때, 복제업자를 단속하는 것보다는 Michael Jackson의 "Thriller" 같은 megahhit을 만들어 내는 것이 오히려 음반산업이 다시 호황으로 돌아서는 기회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음반산업 관계자들은 그 당시 "정말 뭘 해야 할지 어쩔 줄을 몰랐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스마트폰을 통한 스트리밍의 시대가 되었고, (위 독일 연구원들을 특허사용료로 돈방석에 앉힌) mp3 포맷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가고 있다고 합니다.그리고 아직 음반산업은 CD만큼 엄청나게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다주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지만, 스트리밍에 대한 광고료 수입을 올리는 Youtube 같은 플랫폼의 이익의 로얄티 배분 등 여러 각도에서 수익모델 창출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코멘트는, 실제 대중이 소비하는 문화재의 대가의 총량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음원의 판매가 줄면 그 만큼 공연수입이나 다른 문화컨텐츠 수입은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실제 90년대 이후 미국의 공연의 총 매출은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일부 시장참여자, 특히 노동자에게 혹독한 시련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기존의 모델과 플랫폼 하의 시장참여자 또한 혹독한 도전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참여자들은 이를 막아내기 위하여 사법제도와 행정규제를 포함한 다양한 장치를 통해 투쟁하게 됩니다.


최근 O2O 열풍에서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파괴적 혁신은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요? 기존의 기득권자가 누리던 부당한 지대를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일까요? 아니면 선량한 시장과 그 참여자들을 기술로서 파괴하고 피해자를 양산하는 노동파괴적 자본집중일까요?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은 어디서 출발해야 할까요?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자기 스스로도 십만 곡 이상의 음원파일을 모았지만 대부분의 파일이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Abba나 ZZ Top 같은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이 또한 음악을 듣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단순히 호기심과 편집적인 소집욕, 과시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이제 스트리밍서비스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이는 무의미한 데이터가 되어 버렸으며, 그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는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저는 소리바다에서 실컷 모았던 파일들을 40기가 정도 저장한 Windows 2000 PC를 한참 쓰고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 어느날 하드가 갑자기 수명을 다 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백업의 백자도 관심이 없었던 저는 고스란히 모든 데이터를 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초의 제 청춘의 기억을 함께 한 모든 디지털 사진들도 날아갔습니다.  

모든 디지털 저장매체도 수명이 있고 영원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나중이었습니다. 

이승환씨 3집의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가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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