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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lySocks Mar 05. 2016

33분의 기적 그리고 74분의 이야기

LP와 CD 그리고 디지털싱글 ....아티스트가 전달하는 음악의 성찬

스티브잡스 Steve Jobs가 iTunes Store를 만들어 음악을 한곡씩 0.99센트에 판매하고자 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을 때, 음악가들은 이에 반발했습니다. 나인인치네일스 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 Trent Reznor는 "좋은 앨범에는 flow라는 것이 있습니다. 노래는 각각 다른 노래를 지탱하지요. 그게 바로 제가 음악을 반드는 방법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하어 잡스는 "해적piracy과 온라인 다운로드가 벌써 앨범이라는 것을 파괴했습니다. 노래를 하나씩 팔지 않으면해적piracy과는 경쟁할 수 없어요."라고 반박하였다고 합니다. (스티브잡스 자서전, 월터아이작슨, 397면)




저는 LP를 좋아합니다. 많이 모았습니다. 10대때 열심히 쌈지돈을 모아 수집한 것이 한 200장, 나중에 직업을 가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여기저기서 모은 것이 2000장쯤 됩니다. 제가 미국에 잠깐 있을 때 eBay에서 수집한 것이 많습니다. 미네소타에서, 미주리에서, 위스콘신에서, 아버지의 소장품이었던 Ozzy Osbourne의 whole album같은 것을 처분하면 바로 경매에 응찰해서 CA의 우리집에서 일주일 뒤에 받아보곤 했습니다. ㅎ


LP는 한 면에 대략 33분 정도의 노래가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프린팅 기술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한 앨범은 한 음악가가 1년 또는 2년 에 한번 정도씩 10개 내지 12개 정도의 노래를 모아서 발매하는 것이고, 노래 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의 아트워크, 그 속의 부클렛, 하다못해 LP의 가운데 부분의 레이블 인쇄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집합으로 그 작품의 일체를 표상하는 그러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에서 음반이 발매되고, 좋은 노래가 유명세를 타고, 황인용의 영팝스나 김광한의 팝스다이얼, 전영혁의 25시의 데이트를 통해서 노래를 듣고 이에 매료되어 워크맨으로 녹음해서 열심히 듣고 있으면,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발매가 됩니다. 다행히 금지곡으로 몇 곡이 짤려나가거나 하지 않는다면, 비록 오아시스나 성음이나 지구의 라이선스 음반의 퀄리티는 원판보다 떨어졌지만, 그 음반을 손에 쥐면 가슴이 콩닥콩닥 - 요즘 말로 심쿵 - 한 것입니다. 


이 앨범을 집에 가져와 비닐을 벗기고 향긋한 약품냄새를 맡으면서 턴테이블에 걸고 바늘을 올립니다. 첫곡부터 한곡한곡 조심스럽게 들으면서 껍데기의 아트워크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사이키델릭한 예술작품인 경우도 있고, 그냥 멤버들 사진인 경우도 있고...제가 가장 열심히 보았던 아트워크는 역시 Iron Maiden입니다. ㅎㅎ LP로 보면 정말 저 귀퉁이 조그만한 곳까지 의미심장한 그림으로 꽉 차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지요.

Iron Maiden의 앨범 중 처음으로 금지곡 없이 발매되고 커버도 가장 얌전(?)했던 Somewhere in Time 앨범 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예외는 있지만, LP에는 보통 A면에 5-6곡, B면에 5-6곡 정도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가 음악을 많이 듣던 80~90년대의 록 앨범에는 노래를 배치하는 약간의 패턴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닌 앨범도 많지만,


A면

1. 제일 미는 훌륭한 신나는 템포 빠른 히트곡

2. 조금 차분하지만 그래도 신나는 곡

3. 록발라드

4. 다시 약간 템포를 올리는 곡

5. 조금 길고 장엄한 편인 살짝 무거운 곡


B면

1. 두번째로 싱글커트될 예비 히트곡

2. 다시 살짝 블루지하지만 템포가 빠른 곡

3. 록발라드

4. 블루지한 곡 

5. 6분 이상 대곡으로 뮤지션의 작곡력과 연주력을 마음껏 뽐내는 곡


제가 가지고 있는 앨범에는 대충 위 구조에 부합하는 앨범이 많습니다. 물론 정량적인 분석을 통해 나온 데이터는 아닙니다. ㅎㅎ


하지만, 소위 concept album이라고 불렀던 앨범들, 즉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의 앨범은 좀 다릅니다. 프로그레시브 계열의 음반에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여하튼, A면 33분, B면 33분의 범위에서 만들어내는 창작물은 그 하나의 형태와 패턴이 미학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교향곡의 4장 형식과 같은 틀이 그 자체로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90년대로 넘어와 CD가 대중화된 세상이 됩니다. CD는 저장공간이 74분 정도 됩니다. 기존에 LP로 발매된 앨범을 CD로 넣으면서 (특히 더블앨범의 경우) 무리하게 넣다가 한두 곡을 삭제하는 만행이 저질러지기도 했고, 더블 CD를 만들어 3만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지만서도, 여하튼 CD로 만들어진 앨범은 74분의 틀 안에서 구성된 또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아니면 뮤지션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음반 자체에 매료되면 그 음반의 첫곡부터 끝곡까지가 하나의 유기체로 구성된 composition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이성적으로 보면, 위 이야기들은 별로 근거는 없습니다.


LP가 대중화된 1930년대 이전에는 78 rpm으로 돌아가는 레코드가 일반적이었고, 종류별로 다르지만 한 면의 저장공간은 7-8분을 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곡단위로 판매되는 싱글이 일찌감치 미국에서는 대중화되었구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언제나 앨범보다 싱글이 먼저 발매가 되고, Billboard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고 유명해진 싱글을 Hot 100으로 매주 발표를 해 왔습니다. mp3가 대중화되고 노래가 한곡씩 다운로드되고, 디지털싱글이 일반화되기 수십년 전에도 노래는 기본적으로 한곡 단위로 유통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LP의 33분이든 CD의 74분이든, 냉정하게 말하면 그 저장매체의 형식에 맞춘 재생가능 playtime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앨범들은 33분 또는 74분에 수록된 노래들 대부분이 쓰레기인 경우도 없지 않구요. 


제 첫글에서 소개한 How the Music got free라는 책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때, 물론, 음악인들이 앨범을 추앙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비닐LP의 네 면을 모두 채우는 full length suites을 만들기도 했다. Morris는, 레드제플린이 총체적인 예술적 영감의 일부로 더블 LP를 채우는 12곡의 앨범을 만든 때를 기억한다. 사람들은 집에서 당신의 턴테이블 옆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Physical Graffiti앨범의 전 곡을 2시간동안 푹 빠져서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앨범지향적인 록음악은 80년대에 MTV와 워크맨Walkman의 희생양으로서, 이미 죽었다. 그리고 그 이후 20년동안, 음악은 힛싱글 우선의 비즈니스hits-first business였다."


"사실, 도대체 왜 앨범을 발매해야 하는가? 74분의 음악이라고 하는 것에 대하여 도대체 성스러운sacred 것은 없다.  그건 아무런 미학적인 결정도 아니었다. 그건 단지 CD의 저장공간의 제한일 뿐이다."


"Morris가 로리 레코드에서 Bert Berns의 작곡보조로 일을 시작했던 1963년에는 오히려 앨범은 사치스럽고 희귀한 것에 불과했다. 당시 다른 레이블들과 마찬가지로, 로리레코드는 7인치 비닐 싱글을 10센트에 팔곤 했다. 그리고 한곡씩 다운로드할 수 있는 디지털 접근방법은 바로 63년의 그것과 닮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어린날의 미학, LP의 33분에 공간 속에 구성된 작품의 구성과 아름다움을 믿습니다. CD의 74분도 어떤 분들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음악의 piece들이 어우러져 화학적으로 승화된 감동을 뿜어내는 하나의 대작 오페라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하다못해 어릴 때 아날로그 더블데크를 가지고 나름대로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던 SKC의 60분 공테이프, 90분 공테이프도, 정성을 다해 노래를 한곡한곡 채우고 노래순서를 껍데기에 써 내려가던 music kid들에게는 마찬가지의 아름다운 표현의 공간이자 완성작품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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