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derella 그리고 Shake Me
1987년. 신데렐라는 그들의 첫번째 앨범을 발매합니다.
싱글커트된 "Nobody's Fool"은 빌보드 차트에서도 높은 순위로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구요...
당시 메탈 좀 듣는다는 중학생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당시 밴드좀 한다고 기타 좀 연습하던 놈들 사이에서는 특히 이들 음악의 연주가 그닥 고난도 테크닉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Somebody save me" 같은 경우에는 유명한 "Breaking the Law" "Doctor Doctor"와 함께 속칭 3대 치욕곡으로 불리워지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치욕이라 함은, 소극장 같은데서 연주하면 실력이 없어서 단순한 리프의 곡만 카피한다고 폄하를 당하였다는 의미 ㅠ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70년대부터 90년대 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던 노래들은, 같은 밴드가 발표한 곡 중에서도 특히 비장미나 진지함, 암울함을 표현한 노래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만 기억하고 있는 넘버들, Before the dawn같은 것도 그렇고,
Nobody's Fool같은 경우도 그런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곤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감성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암울했던 당시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사실 신데렐라 자체가 추구했던 음악은 꼭 그런거 같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들의 1집은 오히려 2집부터 4집까지 이들이 발표한 음악들과는 좀 괴리감이 느껴지는 앨범인데요.
신인 무명밴드라는 점에서 보면 1집은 이들 자체가 하고 싶은 음악이라기 보다는 당시 발표되던 HM 앨범의 일반적인 제작방식과 기획을 그대로 따른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신데렐라가 이후에 주로 발표한 음악들은 오히려 블루스락이나 서든락의 냄새 내지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지요.
1집에서 그러한 2집 이후의 변화의 느낌을 읽을 수 있는 곡 중 하나가 바로 1집에서 심의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여 삭제된 바로 "Shake Me"입니다.
당시 성음에서 발매한 라이센스음반입니다.
자세히 보면 Night Songs와 Nobody's Fool 사이의 간격이 다른 곡들 사이의 간격보다 약간 넓습니다.
아래 최근 구입한 LP 원판의 그것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라이센스반은 뒷면 편집을 다시하여 해설을 뒷면에 인쇄한 것인데, 이는 전에 소개한 Metallica의 Garage days re-revisited와 같습니다. 추측컨대, 뒷면 크레딧에 금지곡에 관한 reference가 나오는 것을 일일이 삭제하는 것보다 크레딧 자체를 싹 지워버리는 신공을 발휘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판의 뒷면입니다...
짤린 이유는 바로 저속, 음란한 가사입니다.
Alright, yea
I met this girl around quarter to ten
We made it once, she said "Make me again."
She wrapped her love around me all night long
In the mornin' we were still goin' strong
Now let me tell ya, it sure feels good
First time I saw that girl I knew it would
Now let me tell ya, it sure felt right
No pullin' teeth, she didn't want to fight, she said
Shake me, all night, she said
Shake me, shake it, don't break it baby
Shake me, all night, she said
All night long
All night long baby
가사만 보면 역시 70-80년대 decade of decadance 시절의 원나잇 스탠드를 묘사한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동방예의지국과 정의사회구현, 공서양속을 절대적 가치로 내세운 군사독재정부에서 이를 내버려두었을 리 없습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가사가 바로 신나는 8비트 하드락 넘버에 입혀져서 Shake me 라는 곡으로 탄생했을때
장난기 어린 신나는 트랙으로 변모하고, 가사 자체에 나타나는 느끼함 또는 저속함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즉, 가사는 그 자체의 의미도 중요합니다만, 한 곡의 또다른 하나의 단면으로서, 다른 멜로디나 반주, 편곡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사만 보고 그 곡의 의미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오류가 개입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생각해볼 점인 것 같습니다.
공윤심의의 위헌판결 이후 97년에 발매된 이들의 베스트 앨범. Once upon a...에서는 이 곡은 당당히 부활하고 그 타이틀트랙으로서 당당히 1번 트랙에 실립니다.
트랙편성에서 추측해볼 수 있듯이, 이 곡은 신데렐라가 발표하였던 1집부터 4집의 전반적인 플로우를 관통하는 핵심적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그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