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육손이

이문숙#아르코문학창작기금선정작

by 시인 이문숙

*붓으로 손가락 하나씩 더 그려넣었다. 자네, 그림에 무슨 짓을 한 건가. 자격 박탈이야. 기본이 안됐어. 화를 내며 지도교수가 졸업전시회를 취소했다. 관람객들이 가벽을 쾅쾅 쳤다.


새해 첫날 까치가

자정을 가르키며 깍깍댄다


손에 손가락 하나가

날아갈 듯 뾰족하다


왼손 오른손에 자라나는

기형의 손가락


누가 육손이는 안

된다는 거야


세상은 모든 애완의

사물들을 중성화시키려

안간힘한다

엘리자베스 카라를 두른

강아지 시츄


제 상처의 큐빅을 찾으려고

며칠째 빙빙 돈다


북반구 어떤 나라에선

새해 첫날 사탕 열두 개 든

항아리를 부순다


까치는 꽁지 깃을 탈골하며

날아간다


부러지는 손톱에 붙였던

큐빅이 하나 둘 탈락한다


태양 째깍대며 뜨는 남반구

껍질째 포도 열두 알을 먹는다

씨를 열두 개 내뱉는다


오늘의 유서를

삼키고 뱉고

심지어 맞춤법까지


다 죽어간다면서

근데 뭘 고친다는 거야


정서 같은 걸 한다는 거야

바를 정 쓸 서

그걸 재채기처럼

공들여


그러다 보니

살고 싶어지더라

그게 정말 그런 거였어


한 해는 열 달 아니고

열두 달이고


사탕처럼

포도알처럼


왼손 오른손에

아름다운 기형의 손가락이
자라나


*재채기Godblessyou, photo by 이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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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yfor이태원


*2018년 아르코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