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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s Feb 25. 2021

가사노동을 하는 마음

 생각해보면 전에 다니던 회사에 취업했을 때도 해당 사업분야가 상승세라 시기가 적절했고, 그 회사를 퇴사할 때도 해당 사업분야가 하락세라 시기가 적절했다. 퇴사 이후로 1년 뒤 코로나 때문에 해당 사업분야가 사양산업이 되어버렸다. 내가 동종 업계에서 다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정확히 말하면 덜 스트레스받는 길을 택했는데 오늘은 출근하기 싫어하는 남편한테 ‘왜?’라는 질문을 했다가 ‘여보가 회사를 안 다니니까 이제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이해를 못 하네.’라는 답변을 들었다. 비꼬는 말 아니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나도 웃긴 했다. 그리고 내가 좀 이기적인 걸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덜 스트레스받는 길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주부다. 나는 쉬는 날을 정하거나 쉬는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끝도 없이 일이 쏟아져 나오는 가사노동을 하는 주부다. 물론 내 노동의 가치가 직접적으로 돈으로 환산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따져보면 간접적으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데 주로 절약과 아끼는 것 그리고 남편의 가사노동을 덜어줌으로써 남편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걸로 환산할 수 있겠다. 간접적 환산이 아니고 어쩌면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는 가사노동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사실 구체적인 목표는 없고 전에도 그랬듯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방향이 열릴 거라고 생각한다. 좋아서 하는 일과 해야 해서 하는 일은 분명히 결괏값과 버틸 수 있는 기간의 차이가 있다. 물론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던 건 결혼 이전에는 엄마의 지원이 그리고 결혼 이후에는 남편의 지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남편이 안식년을 가질 즈음에는 내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열심히 하며 무너지지 않게 잘 버텨야 한다.


 내 주변은 나에게 철들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철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철들지 않음을 엄마와 남편이 잘 메꿔주고 있다.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오늘과 내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으로 보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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