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추억의 장소
언제 놀러 올거야?
"언제 한번 갈게."
"꼭 한번 갈게."
멀기도 멀고, 직장인에게 녹록지 않은 유럽여행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유럽여행을 가보지 않은 것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못 갈 것도 없었는데 왜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간다 간다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곳에 가기까지 참 오래도 걸렸다.
아일랜드에 가기로 했다.
오래 전 잠시 떠난 친구가 지금은 결혼해서 정착한 그곳. 7년동안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로, 친구가 보여준 사진들로 내 머릿속에 그려진 나라, 아일랜드. 묘하게 매료되던 몇 장의 사진과 날씨 이야기, 이민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로 꼭 한번 가겠다고 생각하던 그곳에 이제야 가게 됐다. 늦은 듯 늦지 않은 지금.
우리, 떠날까?
10년 전 파티션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자 다른 과에서 조교를 하던 동갑내기 친구.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면서 친해진 우리는 어느날 같은 시기에 일을 그만 두고 잠시 떠나기로 했다. 그시기 우리는 무언가를 잔뜩 갈구하고 있었다.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법 짧은 시간에 우리는 떠나기로 결심했다. 취미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던 나는 일본으로, 영어를 전공한 친구는 여기저기 떠날 곳을 찾다가 인턴쉽에 지원한 아일랜드로 떠났다. 그때 우리에게 떠나야 하는 이유는 떠나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이미 충분해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시기에 다른 곳으로 떠났다. 떠날 때 우리는 둘 다 3개월을 예정했고, 누구보다 살뜰하게 3개월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동경과 더블린. 9시간의 시차에 메신저 연락도 마땅치 않았던 우리는 동경과 더블린의 지역 엽서에 손글씨로 안부를 담아 우편으로 소식을 전하며 아날로그식 낭만을 만끽하기도 했다. 그러고 3개월 뒤, 예정대로 나는 돌아왔고 친구는 더블린에 남았다. 그리고 몇 년 후 친구는 아이리쉬와 결혼해 아일랜드에 정착했다.
7년 전 엽서 사진으로 처음 본 더블린, 그후로 7년동안 친구의 사진으로 보고 이야기로 들은 아일랜드의 이미지.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나라 아일랜드는 그 친구가 정착해 살고 있는 현재이고, 오래 전 내 동경생활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이기도 했다.
이제 갈게, 우리 만나자
그렇게 7년만에 나의 아일랜드 여행은 시작됐다. 오래 걸린 만큼 그리고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아일랜드로 가는 내 마음은 무척이나 설렜다.
세상이 좋아져 오늘날의 국제전화는 그 먼 거리가 무색하게 바로 옆 사람 같은 목소리를 들려주었고, 각종 메신저로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많았지만 얼마나 자주 마주앉아 나누는 수다가 그리웠는지, 얼굴 맞대고 회사 이야기, 연애 이야기, 사는 이야기를 꺼내며 헛헛한 마음을 나누고 싶은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고된 업무를 뒤로하고 떠나는 홀가분함, 여행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해방감과 함께 내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벗의 마음으로 나는 한껏 들떠 있었다.
- 아일랜드로 가는 길의 기록
* 메인과 글에 담긴 사진은 아일랜드 여행 중에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