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한국 한 바퀴] 1. 속초-강릉-동해

by 은도진


한국을 한 바퀴 돌고 싶었다. 걸어서 하는 건 시간적으로 무리였기에 자전거로 해 보기로 하였다. 동쪽, 남쪽, 서쪽, 그리고 서쪽과 동쪽을 이으면 끝.



첫 시작은 속초에서 부산이었다. 부산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새벽에 속초에서 내렸다. 영하의 날씨였기 때문에 자전거 프로 선수들도 말리는 무모한 도전.


나도 고민을 계속하다가 다른 대안이 없었고, 그냥 부딪혀 보기로 하였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블랙아이스였는데 지도 어플에서 로드뷰를 보니 해안가 도로 위주였기 때문에 블랙아이스가 많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무작정 떠났다.



부산의 새벽도 많이 추웠다. 속초까지 가면서 자려고 했는데 중간에 포항, 울진, 강릉 등을 거치면서 불도 켜고 사람들도 오르내렸기 때문에 깊이 자지는 못했다. 나는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다가 자다가 했고 새벽 5시 넘어서 속초에 도착했다. 영하 9도의 날씨였기 때문에 매우 추웠고, 나는 해기 뜨기 전까지 터미널에서 정비를 하였다. 자전거는 원래 터미널에 못 갖고 들어가는데 관리하시는 분이 허락해서 갖고 들어갈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산 빵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고, 자전거를 조립해서 준비해 두었다가 해가 뜨기 전 출발하였다.



해는 멋있게 떠올랐고 나는 해 뜨는 바다를 보며 바닷길을 내달렸다. 왜 일출을 보면 눈물이 나는 건지. 찔끔 눈물이 맺혔다. 속초 쪽은 바다가 너무 예뻐서 자전거를 수시로 세우며 사진을 찍었다.



그냥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전문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처럼 멋있었다. 중간에 세우고, 장갑을 벗고 찍고, 다시 장갑 끼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지만 얼마나 멋있는지 찍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을 정도였다.



속초에서 강릉으로 내려오는 길은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바다도 보고 길도 편해서 좋았다.



추위가 문제이긴 했는데 낮 최고 기온이 영하 2도쯤 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꽁꽁 싸매도 손과 발이 시리고, 안에 습기가 차면서 더 추워진다는 게 문제였다.


하조대-죽도-주문진을 지나 50km쯤 달리니 체력도 떨어졌고, 나는 식당에서 점심도 먹을 겸 쉬다 나왔다.



거지꼴로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이후는 강릉 언저리의 시골을 통과하는 길이 나왔고, 그 이후는 연곡을 지나 국도로 이어졌다.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국도를 신나게 달리고 있는데 뒷바퀴가 돌 같은 것을 밟으면서 터져버린 것. 그것도 도시가 아닌 국도 한가운데서 일이 일어나서 나는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근데 하필이면 이번에 튜브를 챙겨 오지 않은 것. 가까운 거리 갈 때에도 꼭 챙겼던 튜브였는데 꼭 안 챙겼을 때 사고가 나는 것은 머피의 법칙 때문인가. 나는 급하게 자전거 수리점을 검색했는데 휴일이라 문 연 데가 별로 없었고, 순간적으로 강릉 시내로 돌아가자니 고치고 나서 동해까지 올 자신이 없어서 동해 시내의 자전거 수리점에 전화를 했다. 한 사장님이 튜브 있다며 오라고 한 것. 나는 급하게 택시를 부르고 앞바퀴를 떼면 트렁크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안 들어갔고, 다행히 택시 기사님이 뒷자리에 안고 타보라고 해서 이상한 자세로 자전거를 안고 타는 데 성공했다. 시골의 인심이란..


그렇게 동해의 한 자전거 수리점에 도착했는데 거기 사장님도 택시 사장님과 같은 특유의 친근한 아저씨 느낌으로 바퀴를 수리하셨다. 장비와 기술이 전문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든 수리를 한 것 같은 포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튜브를 갈았고, 나는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 튜브를 하나 더 비싸게 사서 숙소로 왔다. 택시비와 수리비가 아깝긴 했지만 그래도 몸 안 다치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라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숙소로 와 몸에 쌓인 피로와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긴장을 아구찜과 술로 풀었다.



여담으로 동해의 학생들은 내가 길에 서 있자, 아는 어른을 본 것처럼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고, 자기들끼리 풀카본이라면서 수군거리는데 그 상황이 웃겼다.


내일은 울진까지 90km 넘게 가야 하는데 과연 아무 일 없이 무사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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