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 동해 구간은 바퀴가 터지는 바람에 88km를 달렸고, 두 번째 동해-울진 구간은 다행히 바퀴 문제가 없어 94km를 달렸다. 하지만 어깨가 터졌다..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아침으로 전날 산 누룽지와 콘프로스트로 배불리 먹고 출발을 했다. 어제보다는 기온이 올랐지만 여전히 영하 7도의 추운 날씨. 모텔 밖에서 고양이가 나를 배웅해 주었다.
동해 울진 구간은 산을 넘는 구간이 많았다.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니 꽤나 힘든 코스였다. 거기서 자전거 연습을 하는 어떤 사람도 만났는데 동료인지 레이 차량이 뒤따라가고 있었다. 중간에 나에게 화이팅을 외쳤는데, 힘들 때 들으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제 사고의 여파였을까. 돌멩이를 밟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서 내리막길에서도 넘어지지 않게 속도를 조절했다.
추워서 그런지 바다의 푸른 색깔이 정말 진하고 예뻤다. 진한 파랑부터 에메랄드색까지 물감으로 겹겹이 칠해놓은 것처럼 황홀했다.
맹방, 부남, 원평을 지나 용화리에 다다랐을 때 체력이 떨어져 점심을 먹으면서 쉬어야 했다. (점심 먹기 전에도 체력이 방전되어 오르막이 안 올라가져서 쉬면서 초코바와 따뜻한 물로 체력을 채우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그 후에 다시 출발하니 오르막 내리막이 끝없이 이어져 거기서 점심을 잘 먹었다 싶었다.
마을에 문을 연 식당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기서 생선구이를 시켜 먹었다. 그리고 노트북으로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왜냐하면 식당에 도착하기 전에 공중에서 360도 돌았기 때문이다. 어느 자전거 도로에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자전거가 딱딱한 봉이 있는 쪽으로 달려서 봉을 정면으로 들이박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았기 때문이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고였고, 나는 머리와 어깨, 옆구리를 부딪히고 처음에는 숨이 안 쉬어져 고통스럽게 숨을 뱉어냈다. 머리는 멍했고, 자전거 모자는 찌그러져 있었다. 모자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어깨의 통증. 팔을 들기도 어려운 통증이 있어 팔에 힘을 줄 때마다 표정이 일그러지고 신음이 나왔다.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니 정말로 자전거가 한 바퀴 돌았고 나의 모습은 화면 밖에 있었다. 나는 영상을 보고 웃음이 났다. 어제는 바퀴가 터지고 오늘은 어깨가 터졌구나..
이럴 줄 알고 시작했으면 나는 시작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못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기 때문에 도전도 하게 되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일 사고가 날 줄 알았다면 내일을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사고나 불행한 일을 알고도 내일을 편하게 맞을 수 있을까? 때로는 미래를 모르는 게 미래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 도로를 달리면서 구경하는 바다는 좋았고, 오르막을 가슴이 터질 정도로 오른 다음, 시원하게 내려오는 그 맛도 좋았다. 이래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
도로 옆에는 동해안 자전거길이 계속 이어져 있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사고를 두 번 접하다 보니 약간은 조심스러워졌다는 변화가 있었다.
울진군 북면에 가니 흥부라는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식당 이름도 흥부가 붙고, 역 이름도 흥부역이었다. 흥부 이야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흥부역에서 화장실을 쓰려고 자전거를 갖고 들어갔더니 역무원 3명이나 따라와서 당황스러웠다.
전날에는 너무 추웠고 오르막이 많지 않아서 주로 따뜻한 물을 먹었는데 오늘은 땀도 많이 흘리고 체온도 상승했던 터라 찬물이 많이 당겼다. 전날 추웠던 생각을 하고 찬물을 많이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던 것 빼고는 괜찮은 여정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1층에 빨래방이 있어서 좋았다. 2일 동안 입었던 옷을 세탁하고 건조기까지 돌릴 수 있어서 다시 남은 여정을 산뜻하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깨가 아픈 관계로 저녁을 먹기 위해 나가는 건 좀 힘들었고, 어제처럼 시켜 먹었다. 구운 고기를 시켰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지는 못했다.
저녁을 먹고 피로한 근육과 통증이 있는 어깨 때문에 이른 시간에 잠을 청했다. 소주 남은 것이 있었는데 술도 먹히지 않았다.
어깨는 골절이나 인대 손상은 없는 것 같았는데 내일 일어나 보고 병원에 가서 X-ray라도 찍을지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