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세계로 나아가고 싶다
어둡고 깜깜하지만 신비로운 세계로
기억도 생각도 과거도 미래도 없는 그곳
누구나 돌아갈 곳이지만 사람의 육체와 정신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곳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그 무엇이 있을지
아무것도 없는 그곳이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원래 없던 그곳
원래 내가 거처했던 그곳
그곳으로 돌아가는 게 뭐 대수라고
이리도 돌아갈까
삶을 모질게 살고
그 많은 걱정과 근심을 한 뒤에야
겨우 다다를 수 있을까
갈까 말까를 고민했던 수많은 밤들
결국엔 갈 것을 왜 그리도 고민했을까
돌아서 가는 게 힘이 들어서?
지금 빨리 가고 싶어서?
빨리 가면 무엇이 더 있을까 봐?
나의 죽음이여
내가 있었던 어둠이여
눈을 감으면 보이는 오묘한 빛과 어둠
그 어떤 상태의 그곳
그날이 오리라
언젠가 오리라
내 숨이 다하는 날
은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