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시는 20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었고, 시를 배웠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일기장에 시를 쓰기 시작하였고, 그 시들은 어떤 꾸밈이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나를 달래고, 나 스스로의 고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에 그런 식으로 적다가 그 뒤로 글 쓰는 일과 멀어졌고, 다시 본격적으로 적기 시작한 때는 20대 후반이 되어서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면서였습니다. 그때 어느 평생교육원 글쓰기 강의를 들었고, 그 강의를 들으면서 시도 몰래 적었습니다.
그 후로 일을 하면서 혼자서 시를 적기도 하였고, 우연히 시 쓰기 모임이 생겨 사람들과 같이 시를 적기도 하였습니다. 한창 시를 많이 적을 때는 신춘문예에도 많이 내 보았습니다. 번번이 떨어졌지만 그러면서 시를 다듬고 고르는 작업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또 중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도전해 보기도 하고, 잘 안 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하고, 일에 바쁘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는 세월이 흘렀고, 어느 날 글쓰기 모임에서 어떤 분이 시집을 냈습니다. 저는 시집을 냈다는 것 자체가 부러웠습니다. 물론 어떤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출판사에서 몇백 부를 찍은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에게 자극이 된 걸까요. 그분에게 출판사 전화번호를 받아서 무작정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원고부터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시집의 표지까지 뭐로 하면 좋을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일을 하면서 컴퓨터에서 잠자고 있는 몇백 편의 시들을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로 시집을 묶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들이 가장 많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첫 시집부터 고독이나 슬픔을 주제로 내기는 좀 어두운 것 같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흐름처럼 사랑과 이별에 관한 주제로 사랑의 시작과 절정, 멀어짐과 이별,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느낌의 순서로 시를 모았고, 총 70편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전체 원고와 간단한 소개서를 작성한 뒤에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1주일 뒤에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 출판사는 시집을 기획을 하거나 그런 곳이 아니었고, 돈을 주고 몇백 편을 찍은 뒤에 20권 정도만 일반 서점에 비치하고 나머지는 작가에게 주는 방식으로 시집을 내는 곳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몇백 편을 처리하기도 어려웠고, 그렇게 시집을 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예전에 책을 냈던 부크크가 떠올랐고, 소설 <앱솔루틀리 낫띵>이 먼저였기 때문에 그것부터 정리를 하고 그다음 이 시집도 부크크를 통해서 내게 된 것입니다.
시집의 제목은 <나, 사랑의 한가운데서 눈물이 난다>로 정했고, 이 문구는 '내밀(內密)'이라는 저의 시의 문구의 일부를 따온 것입니다. 편집은 <앱솔루틀리 낫띵>을 한 번 내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고, 표지의 그림도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나무 (Almond Blossom, 1890)로 생각을 해 두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시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표지라고 생각했고, 제 마음에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첫 시집이 탄생하였습니다. 만약이라도 이 시집이 좀 팔린다면 그때는 출판사를 통해서 슬픔이나 고독에 관한 시들을 내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아무래도 사랑과 이별보다는 슬픔과 고독의 주제들이 저와 더 잘 맞으니까요.
나, 사랑의 한가운데서 눈물이 난다 | 은도진 | 알라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