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 가득한 공원을 걷다.
4월까지 눈이 내리는 토론토에는 언제 봄이 오나 기다렸는데,
연두색의 푸릇한 싹이 올라오기 무섭게 벌써 연두색 이파리가 커지고 있다.
길 건너 풀밭은 노란색 민들레로 덮이다시피 해서 너른 꽃밭처럼 보인다.
발걸음 가벼운 울집 네발 식구는 뾰족한 귀를 쫑긋거리며 열심히 나를 앞서 걸어가다가 까만 터널 안에서는 내 옆에 딱 붙어 걷는다. 터널 속 소리의 울림에 놀란 까닭이다.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호주머니에서 챙겨 나온 비스킷을 하나 꺼내어준다. 금세 발걸음이 다시 가벼워졌다.
점심시간의 공원에는 평소처럼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혼자 산책 나온 사람들, 우리처럼 여럿이 산책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오늘은 특별하게 캠핑기어를 잔뜩 실은 작은 하늘색 SUV 차를 조종하여 함께 산책하는 사람이 있었다. SUV는 엔진 소리를 내며 앞서가 자신의 조종사를 기다렸다. 이 작은 하늘색 차는 실제 모델과 똑같이 생겨서 그런지 얼마 전 다른 공원에서 만난 두꺼운 바퀴의 레이싱카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껴졌다. 왠지 안에 누군가가 타고 있을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신기해하는 나와는 달리 작은 엔진소리에 놀란 울집 네발 식구는 다시 내 다리와 합체하려는 모습이다. 이럴 땐 비스킷이 답이다.
요즘 들어 제일 높은 기온에 오랜만에 땀이 난다. 쌀쌀할 거라고 생각하고 카디건을 입고 나온 탓이다. 언덕이 나오자 우리의 걸음속도는 느려진다. 천천히 가던 울집 네발 식구가 살짝 숨을 들이쉬더니 속도가 경쾌해진다. 나에게 맞춰주고 있었나 싶어 나도 같이 속도를 높여본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를 보며 함께 내 기분도 살랑 거린다.
그러고 보니 살랑거리는 울집 네발 식구의 꼬리가 강아지풀을 닮은 거 같다.
갈색 줄기에 까만색 털이 달린 귀여운 강아지 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