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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스터 Jun 25. 2021

좋은 광고를 만드는 법

광고는 무엇이 만드는가?

천재적인 아이디어? 창의력과 경험으로 무장한 카피라이터? 기획 잘하는 AE? 성실한 브랜드 담당자? 시스템? 노하우? 직관? 감?


많은 사람들이 광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크리에이티브에 대해 쉬이 말하지만 정작 좋은 광고를 만들수 있는 기본이자 뼈대, 좋은 광고가 태어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토양인 오리엔테이션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 감히 단언컨대, 좋은 광고는 좋은 오티가 만든다. 



오티는 광고의 시작과 끝이 담겨있는 레시피이자 설계도이고, 또 광고라는 배를 타고 우리가 지나게 될 길과 도착하게 될 지점을 알려주는 지도이기도 하다.광고주와 대행사가 생각이 다를 때, 기획과 제작이 그린 그림이 다를 때, 카피와 컬러의 톤을 고민할 때, 미디어와 플랫폼을 감안할 때, 모델을 결정할 때등 모든 의사결정의 길잡이가 되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오티, 오리엔테이션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브랜드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대행사 AE,  제작파트 및 유관부서와 일치 시키는 것, 즉 흔히 싱크로라 부르는 싱크로나이제이션이다. 여기에는 창의의 영역(크리에이티브)과 실행의 영역(미디어 집행)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고 클라이언트와 대행사, 프로덕션이 동일하게 인지하고 있어야한다. 우리가 광고라 부르는 캠페인의 전과정을 통틀어 광고 대행사가 만들어 올 수 있는 것은 이 두 가지, 창의와 실행뿐이다. 나머지를 요구하거나 정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광고와 연결된 전 과정에 이르는 의사결정 사항들을 공론화해서 공유하고 확인하고 못 박아두는 작업이 오리엔테이션이다. 글로 써놓으니 쉽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 같은 문장, 같은 내용을 보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고, 그것은 광고주와 대행사의 관계도 다름이 아니어서 오티를 전달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의견을 주고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여기엔 캠페인의 배경과 목표부터 고객 분석 및 타겟 선정, Mandate(반드시 반영되어야 하는 가이드라인)에서 예산과 일정에 이르는 내용이 명확하게 담겨있어야 한다. 혼란을 줄 수 있는 표현, 모호한 주제의식, 본인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목표나 방향을 던져놓고 알아서 맞춰주기를 바라면 안된다. 이 방향도 좋고 저 방향도 좋아요라고 해서도 안된다. 이 쪽으로 가야하고, 저 쪽으로는 가선 안된다고 한정하고 특정해줘야한다.


그런데 오티를 어려워하는 브랜드 담당자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 것은 바로 어떤 광고 캠페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데 대한 생각이 스스로 명확히 정립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광고 캠페인을 해서는 안된다. 브랜드가 무슨 메시지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브랜드를 맡고 있는 담당자가 모르는데 어떻게 광고를 만든다는 말인가. 설사 그것이 잘못된 방향일지라 하더라도 담당자가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대행사에 전달하여 광고를 만드는 편이 차라리 더 낫다. 이번 광고의 실패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가늠해보고 다음에는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당자 스스로가 어떤 원칙과 철학으로 광고를 만들었는지 모르고 있다면 캠페인이 실패를 거둔다고 해도 후속 캠페인이 성공 가능성은 나아지지 않는다.



전화로 대충 예산과 일정을 전달해주고 무엇을 말할 것인지,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와 같은 내용을 대행사에 일임하는 브랜드 담당자들도 꽤 있다. 흔히들 대행사에게 아무것도 정해주지 않고, 아무 논의도 하지 않은 채 "가능성을 열어두고 창의성을 제한하지 않는다"라는 핑계를 대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집을 지을 때도 "집 한 채 지어주세요, 몇 명이 살건지 어떤 시설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구요, 요즘 트렌드에 맞게 알아서 잘 지어주세요"라고 말할 건가? 사재를 털어 식당을 차렸을 때도 간판제작 업체에 "알아서 잘 만들어주이소"라고 말할 건가? 그것은 심각한 무책임이자 방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정해주지 않은채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해놓고 정작 시안이 들어오면 본인이 생각한 방향과 다르다며 대행사 탓을 하고 내가 한 말을 못알아듣는다며 화를 낸다. 그러나 화를 내기 전에 대체 무슨 말을 해줬는지 천천히 돌이켜보라. 꼭 말을 해야 아냐고? 척하면 모르냐고? 그렇다 꼭 말을 해줘야 알고, 척해도 모른다. 대행사 담당자는 광고를 만드는 전문가이지, 독심술사가 아니다. 말을 해주지 않는데 무슨 수로 스스로도 모르는 광고주의 마음을 알아차리겠는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모든 것을 열어놓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자유로움은 시작점을 명확히 정해주고, 넘으면 안되는 제한선을 분명히 한정해 줄 때 발현된다. 모든 것을 열어놓으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의 범위를 자유롭게 넓히려면 시작점을 좁게 줘야한다. 목표와 방향이 확실하게 정해진 상태여야 시안이 들어왔을 때 당황하는 일이 없다.


오티 브리프를 할때는 의식의 흐름대로 길게 늘어쓴 문장과 단어, 확신하지 못하는 개념만으로 싱크로가 어려울 수 있으니 관련된 레퍼런스 이미지나 영상등 사례를 많이 찾아 보여주면서 머릿속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세하게 쓰되, 명쾌해야 한다.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싱크로를 맞추기 위해서는 쉬워야하고 분명해야한다.


논의 자리를 만들지도 않고 대행사에 전화해서 "우리 다음에 뭐 할거에요?" 같은 것을 묻고 있거나 "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잘 좀 만들어주세요"같은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은 공중에 아무렇게나 돌을 던지고 새가 맞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새가 어디에 있는지, 그 중 어떤 새를 목표로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돌(메시지)를 던질 것인지를 확실하게 정해주어야 포수가 돌을 어떻게 던질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광고대행사는 광고주로부터 받은 돌을 어떻게 던질지(크리에이티브) 방법을 고안하고 새에게 어떻게 맞게 할 것인지(미디어)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광고대행사의 임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일에도 여러 역할들이 있고 그 역할을 해줘야하는 담당자 혹은 부서, 혹은 회사가 명확해야 한다. 제품과 브랜드를 책임지는 광고주가 해야할 일을 광고대행사에 떠넘기면 안된다. 해야할 일은 정작 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에 불쑥 들어와  "느낌적인 느낌", "트렌디한 트렌드"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하면서 모호한 말을 던지는 클라이언트를 대행사 담당자들은 속으로 비웃는다.  OT는 클라이언트의 수준을 규정한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생각을 지닌 채 각자의 역할에 몰두할 수 있게 해주는 근거이자 힘은 명확하고 단단하게 빚어진 오티 브리프에서 나온다.


좋은 오티가 모두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광고의 시작에는 모두 좋은 오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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